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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억 학교급식납품업체 선정을 이렇게?
  • 문명균 기자
  • 등록 2021-02-22 1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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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기준도 없이 특정업체 몰아주기, 경쟁업체는 회의장도 못 들어가

선정업체 회원 2명이 자기 회사 심사통과, 혈세투입 익산시는 ‘나몰라’


 ▲ 익산시 학교급식지원센터.   ⓒ익산투데이
▲ 익산시 학교급식지원센터.   ⓒ익산투데이

 

익산시 초·중·고교 급식 식자재 납품업체 선정이 평가 기준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 특정 업체가 특혜를 입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여기에 연간 22억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데 익산시는 위탁운영을 들먹이며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익산 관내 학교급식에 들어가는 친환경 식자재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서류심사 및 현지실사 등 검증도 없이 특정 업체를 선정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정과정에 참여한 두 명의 위원이 이번에 선정된 조합의 회원으로 확인 돼 문제의 심각성은 더하다.


익산시 학교급식지원센터 운영위원회는 지난 3일 2021년 학교급식 친환경 식재료 공급에 관한 전반 사항을 논의했다.


주된 내용으로는 공급 품목 및 가격 결정과 식재료 수수료 재협의, 식재료 연중공급 품목 및 기간 재협의, 로컬가공식품 공급신청업체 선정 승인, 친환경 식재료 공급 등이다.


학교급식 친환경 식재료 공급에 관한 사항은 친환경 식자재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중요한 안건으로 지역에 영농조합법인을 둔 2개 업체가 참여해 A영농조합이 선정됐다.


선정된 업체는 익산시로부터 학교급식지원센터 위탁운영을 받은 익산원예농협에 납품하고, 원예농협은 학교급식 식자재를 공급하게 된다.


문제는 A영농조합이 2012년도부터 2020년도까지 9년 동안 학교급식 친환경 식자재를 원예농협에 납품을 해왔던 터, 이달 28일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다시 업체를 선정함에 있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고 있는 것.


학교급식 친환경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운영위는 A, B 2개 영농조합이 납품을 희망했음에도 B 영농조합은 회의에 참석조차 할 수 없었다. 

운영위는 B영농조합의 회의 참석 여부를 납품업체 간 의견 다툼을 이유로 만류했다. 


또 다른 심각한 문제로 운영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10명의 운영위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2명이 이번에 납품업체로 선정된 A영농조합법인 회원이다. 


자신들이 소속된 영농조합을 자신들이 선정하는 이해하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자 탈락한 B영농조합은 선정과정의 부당성을 역설했고, 그러자 운영위는 서면으로만 의견서를 받는데 그쳤다.


탈락한 B업체는 “운영위원회 위원 중 두 명은 A영농조합법인 회원으로 익산학교급식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자리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지 않다”며 “심지어 그 두 명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저희 법인의 익산학교급식 납품 여부에 대해 논하는 것은 더욱 문제다. 특히 저희 영농조합은 비리가 있다고 하니 운영위원회에서는 증거를 가지고 오라고 하셨다고 들었는데 이건 싸움을 부추기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또 “익산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로서 학교급식 운영위원회에서 납품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학교급식은 도·시 재정으로 보조사업을 운영함으로써 저희도 익산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는 법인으로서 학교급식에 균등하게 납품할 권리가 있다”고 피력했다.


현재 학교급식지원 예산은 12억1,500만 원(도 5억7,200만 원, 시 6억4,300만 원), 시 자체사업으로 10억400만 원을 더해 총 22억1,900만 원이 투입되는 굵직한 사업이다. 


이 자금은 교육청을 통해 각 학교로 배분되면 원협을 통해 식자재를 구입하는 시스템이다.


결국 20억 원이 넘은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는 학교급식 식자재 납품업체 선정이 아무런 규정도 절차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업체를 선정하는데 있어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운영위 회의를 거쳐 기존에 해오던 업체로 결정했다”며 “만약 두 업체를 모두 선정한다면 전체 운영 체계를 바꿔야 하는데 현 운영위에서는 어렵다. 앞으로 푸드통합지원센터가 설립되면 다른 방안이 마련될 것이다”고 말했다.


익산원예농협은 “원협에서는 두부 하나를 납품하더라도 운영위원회를 거쳐야 하며, 업체 선정에 있어 관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 관계자는 “두 영농조합법인 모두 익산시 농가고 모두 참여해 납품을 받았으면 좋겠지만 시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면서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이니만큼 그 결정을 존중하며, 올 5월에 출범하는 익산 푸드통합지원센터를 통해 앞으로는 각종 의혹을 해소하고 농가소득 보전과 지역주민의 건강한 먹거리 제공에 힘 쓰겠다”고 말했다.


운영위와 원예농협, 그리고 익산시의 설명에 대해 농민 최모 씨는 “이들의 해명은 이번에는 그렇고 다음부터 잘 하겠다는 말과 같다”며 “22억이 넘는 막대한 세금으로 청소년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납품업체 선정이 이렇게 엉터리로 진행된다면 그 질도 의심스럽기 그지없다”고 질타했다.


이렇듯 익산시의 태도가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학교급식지원센터가 단지 위탁운영이라는 미명하에 관리감독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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