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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주년 맞는 춘포역, 부활의 날갯짓
  • 김달
  • 등록 2014-02-19 1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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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대문화유산 박물관 춘포’ 사업 추진으로 활성화 도모

 

 

 ▲    ⓒ익산투데이
▲ 춘포역 전경   ⓒ익산투데이

 


1914년, 전라선이 전주까지 개통이 되면서 춘포역이 들어섰다. 북부의 일부를 제외한 면의 대부분에 만경강 지류들이 흐르는 춘포면은 그 물줄기를 따라 넒은 평야를 이루는 곳으로, 만경강의 그 깊고 단단한 강줄기에는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민중의 한과 일제 수탈의 아픔이 고여 있다. 올해 꼭 100년이 된 춘포 역사(驛舍)는 우리 민족의 아픈 세월을 함께 견디어 온 그야말로 역사(歷史)가 되었다.

 

*봄 나루에 스치는 역사의 흔적, 춘포역
춘포(春浦)의 우리말식 본이름은 ‘봄개’이다. 봄개는 봄 나루라는 뜻으로, ‘봄개’가 음이 변해 ‘봉개’로 되었다. 봉개산 즉, 춘포산은 춘포면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자 중심지이고, 익산천이 흐르는 곳으로 옛날에는 배가 들어와 지리적인 요충지로 꼽혔으며, 군산 앞바다에서 만경강을 타고 이곳 나루까지 배가 닿았다.


예전의 봄개는 만경강을 끼고 넓은 평야가 발달해서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일제는 이러한 ‘봄개’의 드넓은 평야를 일컬어 “큰 대(大), 마당 장(場)” 자를 써 ‘대장(大場)’이라고 불렀고, 아예 ‘봄개’라는 이름도 ‘대장촌’이라고 고쳤다.


일본은 만경강의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수리시설을 하고, 그 땅에 철로를 놓았다. 익산에서 여수까지 연결되는 전라선이다. 그러나 전라선의 핵심노선은 익산에서 전주까지였다. 1914년 2월에 착공하여 11월에 전주까지의 구간이 개통되었고, 춘포역은 쌀을 군산항으로 실어 나르던 아픔의 현장이 되었다.

 

*민중의 피땀과 눈물이 서린 곳, 구 일본인 농장가옥
대장역이 생기자 일제는 먼저 농장을 설립했다. 특히 일본인들이 말하는 ‘대장촌’은 일본인 이민촌이었다. 그들은 농장에서 농사를 지어 대장역을 통해 군산항으로 실어갔고, 군산항 옆에 쌀을 쌓아두었다가 배편을 이용해 일본으로 실어갔다. 만경강을 따라 돛단배가 드나들고 상대적으로 넓은 땅을 두고 농사를 짓고 살던 작은 나루인 봄개의 쌀은 호소카와 도정공장에서 가공되어 새로 뚫린 전라선 대장역을 거쳐 군산항으로 해서 일본으로 수탈되었다.


춘포면에는 구 일본인 농장가옥과 호소카와 농장터가 아직 남아있다. 춘포역과 함께 등록문화재 제211호로 등록된 일본인 농장의 ‘에토 가옥’은 1940년경 호소카와 모리다치 농장의 농업 기술자였던 일본인 에토가 건축했으며, 현재 남아있는 호소카와 농장터는 일제강점기에 만경강이 만든 너른 충적평야지대를 중심으로 벼농사가 발달되어 있는 춘포가 일본의 식량 수탈지역이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 옛날, 만경강 제방이나 전군간도로 건설사업 현장에서 노동으로 착취당하고, 농사지은 쌀마저 일제에 수탈당해야했던 우리 민중의 피땀과 눈물이 서린 곳이다.

 

*다시 봄을 기다리는 봄개
한때 엄청난 쌀이 일본으로 실려 가던 춘포역은 2011년 5월 전라선 복선화사업으로 폐쇄되어 이제 한쪽으로 비켜서 있다. 앞마당에는 덩그러니 서있는 나무 한그루만이 간이역의 추억을 지키고, 담장을 따라 설치된 꽃밭에는 오래된 사철나무가 있어 그간의 세월을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1996년 봄개는 ‘대장촌리’에서 ‘춘포리’로 제 이름을 되찾았다. 역명도 ‘대장역(大場驛)’에서 ‘춘포역(春浦驛)’으로 개칭되었다. 최근에는 현존 최고(最古)의 간이역인 춘포역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 또한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역 중에서 가장 오래된 춘포역은 2005년에 등록문화재 제210호로 지정되었으며, 특히 슬레이트를 얹은 박공지붕의 목조 구조는 농촌지역 소규모 역사의 전형을 잘 보여주고 있어 그 역사적, 건축적, 철도사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익산문화재단은 지난해부터 춘포역 진입로 및 입구에 사진조형물과 포토존을 설치하고, 내부에 전시공간과 체험공간을 조성하는 등 ‘근대문화유산 박물관 춘포’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한, 주민들의 구술자료를 토대로 핸드북과 기념 스탬프 등을 제작해 춘포역을 역사의 현장으로 남기고 그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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