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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이 많이 안 나가도 비만일 수 있다
  • 익산투데이
  • 등록 2014-03-05 15: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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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 여성 ‘포식’ 님이 비만해진 건 결혼 후였다. 결혼 전에도 먹기를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늘 바빴다. 술을 먹어도 노래방에서 두어 시간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나면 다음 날 아침 배에 남은 게 없었다. 결혼 후 달라졌다. 전에 없이 세끼를 다 먹었다. 임신하고 나니 하던 운동도 안했다. 63kg였던 체중이 아이 출산 후 70kg을 넘었다. 그러고도 조금씩 늘어갔다. 씩씩한 사람이라 운동도 챙겼고 식사량 조절도 몇 번 시도해 봤다. 번번이 실패했다. 유전적으로 찌는 체질인가 궁금해 스스로 살을 만져 보면 피부가 두껍고 튼튼했다. 참살이었다. 30대 후반에 기어이 75kg을 넘어섰다. 아픈 데 없다. 불편한 것은 땀이 많아진 것. 그리고 열이 많아져서 문을 자꾸 열어놓고 살게 된다는 것. 하지만 그건 병 아니고.


‘포식’ 님은 태음인이다. 피하지방도 복부 지방도 함께 늘어나는 체질이다. 유전적으로 비만하기 쉽게 태어난 것도 맞다. ‘포식’ 님처럼 탄탄한 피부에 참살이 찐 경우를 한의학에서 비(肥)라 한다. 태음인처럼 피하지방과 복부 지방이 같이 늘어나는 체질은 체질량 지수로 진단한다. 체질량 지수는 체중 ÷ 키 제곱(㎡)이다. ‘포식’님은 75kg에 165cm이니까, 체질량 지수는 75÷ (1.65) ² = 27.5이다. 동양인의 경우 체질량 지수가 25 넘으면 비만이라 진단한다.


비만한 사람 중 태음인이 절반을 훨씬 넘는다. 태음인이고 체질량 지수가 25를 넘어가기 시작하면 긴장해야 한다. 운동은 당연 필수다. 빨리 먹는 습관이 있으면 버려야 한다. 빨리 먹으면 많이 먹게 되고 결국 살로 간다. 율무와 무씨(무의 씨)를 차로 달여 먹으면 도움 된다.


45세 남성 ‘올챙이’ 님은 전문직이다. 176cm에 75kg으로 무겁지 않은 체형. 눈이 레이저를 뿜을 만큼 반짝인다. 타고난 게 사람 친화성이라 고객 응대하는 모습이 피아노 선율처럼 타고 넘는다. 고객이 요구하는 것은 일단 다 받아들이고 기어이 해결한다. 그렇게 훌륭한 전문인 ‘올챙이’ 님도 긴장하는 영역이 있다. 발전 가능성이다. 오늘은 잘 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늘 내일, 내년, 10년 후를 계획한다. 그래서 긴장한다. 긴장은 매일 맥주와 치킨으로 이어진다. 40 넘을 즈음 배만 볼록한 올챙이 체형이 되었다.


‘올챙이’ 님처럼 배만 볼록한 비만은 소양인에게 많다. 이런 경우는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아도 비만으로 진단한다. 배 둘레가 엉덩이 둘레 비슷할 정도로 커진 이유를 복부 지방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복부 지방은 배 속의 장을 잡고 있는 장간막이라는 데에 쌓인다. 수치로 나타내면 복부 지방율이라 한다. 복부지방율 공식은 배 둘레 ÷ 엉덩이 둘레다. 올챙이 님은 배 둘레 35인치, 엉덩이 둘레 39인치다.

 

 즉, 35 ÷39=0.9이다. 복부 지방율이 0.9 넘으면 성인병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비만으로 진단한다. 소양인 비만에는 으름덩굴 뿌리, 질경이 씨앗을 차로 마시면 좋다.


35세 여성 155cm 58kg의 ‘동글’ 님은 전혀 살쪄 보이지 않는다. 얼굴은 동안이요, 얇고 고운 피부는 피부 나이 22세로 탱글하다. 근데 ‘동글’ 님도 비만 고민이 있다. 임신출산 때 늘어진 배와 두꺼워진 허벅지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랫배를 손으로 잡으면 한 주먹 잡힌다. 운동하면 빠진다는 소리를 숱하게 들었지만, 운동은 할 줄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 안 먹는 편은 아니지만 그런다고 아주 많이 먹는 것도 아니다.


‘동글’ 님의 복부와 하체 비만은 소음인에게 많다. 얇은 피부에 출렁이는 살을 한의학에서 ‘고(膏)’라 한다. 키에 비해 몸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는다. 이런 경우 체지방율로 진단한다. 한의원에 가면 손잡고 서서 재는 기계가 한다. 체지방율 30%이면 빨간 불이다. 운동해도 땀이 잘 안 나고 근력이 없어 운동도 싫어한다. 운동해도 바로 빠지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꾸준한 운동만 하면 잘 빠진다. 한 달 한약 먹고 8kg 빠졌느니 하는 드라마틱한 효과도 ‘고(膏)’에 흔하다. 생강 말린 것, 귤 껍데기, 안 익은 탱자를 차로 달여 마시면 좋다.


체질별로 세 가지 진단 기준을 얘기한 건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는 경우에도 비만일 수 있다는 말이다. 체질을 모른다면 세 기준 다 통과해야 비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글 이재성(모현동 이재성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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