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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판 苛政猛於虎(가정맹어호)
  • 익산투데이
  • 등록 2014-05-13 15: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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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성친화도시 1호가 익산이다. 그래서일까 새정치연합이 여성전용 룸살롱인 호스트바 사장 출신을 도의원 후보로 공천했다. 여성복지 향상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되었나 보다. 여기에 도박 전과도 하나 더 플러스다.


새정치연합의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이 점입가경 목불인견이다. 밥그릇 싸움도 볼만하다. 너 하나 나하나, 그러자 좋은 정치 하겠다는 사람도 나도 하나. 3선 여성의원과 재선 여성 의원이 전략공천 되고 젊은 정치인도 느닷없는 전략공천. 그들 깐에는 공평하게 나누고 있다.


전략공천은 중앙정치인의 쌈짓돈이 아니라 품성과 역량을 갖춘 이를 모시기 위한 삼고초려의 수단이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전략공천은 영향력 있는 정치인의 내 사람 심기 방편으로 전락했고 이 과정에서 시민의 이익은 철저하게 배제됐다.


나는 지금 신문사의 발행인을 떠나 익산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익산에 산다는 것이 고통스럽고 참담하다. 경쟁이 없는 정치 독점구조가 얼마나 많은 폐해를 양산하는지를 하릴없이 보면서, 신문사 발행인이라는 직책을 가진 내가 ‘너는 이 과정에서 무얼 했느냐’는 추궁에 궁여지책 이 글 하나라도 올려야 책임회피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안철수가 제3당을 창당한다고 했을 때 참으로 반가웠다. 수십 년간 같은 밥만 먹은 호남도 이 당이 아니면 저 당을 찍는, 골라먹는 재미가 생기게 됐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주춤주춤 물러서더니 합당을 하고 무공천 철회에 이르렀다.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는 말은 호랑이를 잡겠다는 당찬 개혁정치의 발로였을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호랑이에 먹힌 안철수, 나눠먹기에 참여하여 계파 보스에 만족하는 안철수를 우리는 지금 목도하고 있다.


새정치연합과 새누리 두 당 행태를 보면서 이념과 가치의 차이는 볼 수 없다. 다만 같은 ‘새’ 씨라는 것은 분명하다. 새정치연합에 부탁하건대 이번 선거가 끝나면 제발 ‘새정치’라는 간판은 빼주길 바란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기에 참으로 민망하고 자존심 상하고 부끄럽다.


다시 돌아와 익산을 보자. 새정치연합이 차린 익산의 후보자 밥상은 젓가락 갈 데가 없다. 정치도 일종의 서비스라면 이렇게 엉망인 서비스도 있을까. 사회 정서에 반하는 업소를 운영하고 도박 전과가 있는 후보자를 공천해 표를 찍어달라고 하는 염치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견마잡이는 시의원 정도면 충분 할 텐데, 2년 후 총선결과를 짐작할 수 있는 전조증상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는 세금을 피해 산 속에 숨은 여인의 이야기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고사성어가 이번 선거판에 대입되는 것은 논리의 모순인지 모른다. 그러나 연간 1조원을 움직이는 익산과 광역단체 가운데 전국 최하위 수준인 전북을 생각하면, 새정치연합이 내놓은 후보자 면면은 시민에게 가혹하기 짝이 없는 정치 횡포이다.


시민여러분께 절절한 심정으로 부탁드린다. 손가락 갈 데 없다고 투표를 포기하지 말라. 그래도 찬찬히 찾아보면 새정치연합에도 그나마 쓸 만한 참신한 이가 있고 무소속, 진보세력도 있다.


‘미개한 국민이 미개한 국가를 만든다’는 말은 때를 잘못 선택했지만 폐부를 찌르는 19살 소년의 명언이다. 잘 사는 사람 편들겠다고 공약집에 도배질을 해도 과거의 귀신에 사로잡혀 표를 찍고 사기를 당하는 우매한 서민이다. 우리는 그 결과물로 300명이 넘는 생떼 같은 자식들과 형제들을 수장시켰다.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 찬찬히 자세히 보고 투표에 참여하자. 그래도 그나마 쓸 만한 인물은 있다. 그리고 무소속 후보자들에게도 부탁한다. 한 선거구에 무소속 후보가 난립하면 결과는 보나마나다. 모여서 가위바위보를 해서라도 하나로 정리해라. 그래야 익산의 희망을 만들 수 있다.

 

/발행인 탁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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