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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은 호구?’ 음식 갖고 장난치는 장례식장
  • 고훈
  • 등록 2014-07-29 15: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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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육·홍어 등 접대음식 상주 모르게 빼돌려

장례업계 비리로 대한민국이 그야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초 부산을 시작으로 대전, 광주, 청주 등 전국 각지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유형도 갖가지다. 제단 장식용 꽃과 음식 재사용, 시신 유치비 명목으로 뒷돈 거래, 장의용품 납품 관련 리베이트 수수, 중국산 등 저가 수의를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행태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심지어 고가 수의를 입힌 시신이 매장되기 전 다시 수의를 벗겨가는 해괴망측한 일도 일어나고 있다.

예로부터 관혼상제(冠婚喪祭) 중 하나인 상례. 효를 중시하는 우리 문화에서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를 극진하게 치르는 것은 대대로 이어져온 전통이다. 최대한 성대하게 치러드리고자 장례비용을 대놓고 따지지 않는 우리네 정서를 악용해 폭리를 취하는 장례업체가 유족들을 이렇듯 두 번 울리고 있다.


여기에 음식에까지 장난치고 있어 유족들의 공분을 더하고 있다. 장례식장을 찾은 조문객을 위해 내놓은 수육과 홍어 등 비싼 접대음식을 상주가 정신없는 틈을 타 그대로 몰래 빼돌리는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이에 따라 장례업계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극에 달했고 대대적인 업계 수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갈수록 비등하고 있다.


익산도 예외가 아니다. 익산지역 장례업계 사정에 정통한 A씨는 “장례식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인데 이마저도 장례식장 배불리기에 이용 된다”며 “일부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업체들이 상주가 조문객 맞이하는데 정신없는 시간대(특히 오후 5시에서 8시 사이)를 악용해 손님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내놓은 수육과 홍어 등 음식을 빼돌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A씨는 “수육을 예로 들면 손님들에게 내놓을 것처럼 가져왔다가 상주가 정신없는 틈을 타 도로 가져가는 식으로 유가족이 정당한 비용을 지불한 음식을 가로채가고 있다”면서 “손님이 수육을 제대로 먹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다른 음식과 섞어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식으로 치밀하게 눈속임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A씨는 “이런 방식으로 익산지역 장례식장 한 곳당 빼돌리는 음식비용이 아마 한 달에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400만원에 이를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용은 깎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풍조 때문에 보통 장례식장 운영업체가 정산할 때 DC(디스카운트, 할인)해준다는 명목으로 약 150만원을 돌려준다”며 “이미 부풀리거나 빼돌린 비용까지 합산된 금액이기에 유족 입장에서 디스카운트의 의미는 사실상 없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 경찰이 전국적으로 장례업계 비리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총 286명(14건)이 적발됐으며 이들이 거둔 수익만 7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전국적으로 횡행하고 있는 장례업체 비리를 밝혀내기 위해 내년까지 특별단속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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