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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에 폭리 18만원 교복이 23만원으로
  • 고훈
  • 등록 2015-01-21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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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주관교복구매제도 지나치게 낮은 상한가가 빚은 현상
제품대비 합리적 가격 반영, 학생들 선호도 조사 통해 선정해야

 

 

 

 ▲    ⓒ익산투데이
▲익산시 창인동 교복상가, 이곳 교복상가들은 중고교의 학교 배정이 완료된 지금이 가장 바쁜 때이자 대목이기도 하다.ⓒ익산투데이

 

 

 ▲    ⓒ익산투데이
▲A여중 교복 납품 내역    ⓒ익산투데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학교주관 교복구매제도가 특정업체 독식은 물론 업체 폭리로 이어져 제도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전북교육청이 제시한 상한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빚어진 현상이다. 이로 인해 이른바 메이커 업체는 이윤이 없어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그러자 비 메이커 업체는 이 틈을 타고 들어가 지나친 폭리를 얻으면서 학생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되었다.

 

익산지역에서 학교주관 교복구매에 나선 학교는 16개 학교이다. 이 가운데 11개 학교의 교복은 두 개 사업자로 운영되고 있지만 부부가 운영하는 사실상 1개 업체가 독식했다. 그리고 나머지 5개 학교는 익산의 또 다른 업체가 낙찰됐다. 이로서 16개 학교는 두 개 업체가 양분한 셈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제대로 된 경쟁 입찰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난해에 비해 재품대비 가격이 오히려 대폭 상승하게 된 것이다.

 

지난 해 익산 A여중은 교복공동구매에 나서 R업체를 선정했다. R업체는 올해 익산지역 11개 학교 주관구매에 낙찰을 받은 업체이다. 이 업체가 지난해와 올해 낙찰 받은 금액을 비교하면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 지난해에 비해 선정가격이 현저히 올라갔기 때문이다.

 

R업체의 지난해와 올해 낙찰가격을 비교해 보자. A여중의 지난해 동·하복 선정가격은 184,600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주관구매에 나선 익산지역 공립중학교들은 대부분 23만 원 선에서 R업체를 선정했다. 이는 1인당 교복가격이 5만원 가까이 상승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해 교복공동구매에 나선 몇몇 학교들도 금액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교복 값 안정이라는 취지에서 출발한 교복공동구매제도가 맹점을 드러내면서 특정업체에 폭리를 제공하고 학생들의 부담을 확대한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전라북도교육청이 제시한 상한가가 지나치게 낮았기 때문이다. 전북교육청은 전국 광역 시도 교육청 가운데 가장 낮은 중고등학교 동복기준 상한가 163.959원을 제시했다. 이는 전국평균보다 4만 원 정도 낮은 금액으로, 전북에 이어 낮은 상한가(194,890원)를 제시한 전남보다도 3만 원 가량 낮다.
익산지역 각급 학교는 이 상한가를 제시하면서 입찰을 진행했다. 그러자 정상적인 입찰이 벌어지지 않는 현상이 벌어졌다. 통상 교복 선정에는 5~7곳에서 참여하는 것이 상례인데 이번에 낙찰을 받은 업체를 제외하고는 참여자체를 하지 않은 것이다.

 

원인은 이른바 메이커 업체라 하는 스마트, 아이비, 엘리트, 스쿨룩스 등 4대 업체가 입찰을 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들 품목을 판매하는 관계자는 “최소한 본전이라도 돼야 입찰에 참여 할 텐데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누가 참여하겠나”고 반문했다.

 

상황이 이러자 이른바 비메이커 업체들이 물을 만났다. 이들 업체는 지난 해 18만원~19만원 선에 공동구매 입찰을 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전북교육청이 제시한 23만 원 선에 응찰해 익산지역 16개 학교 교복을 독식했다. 학생 1인당 4~5만원을 더 받은 것이다.

 

이들 업체의 담합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익산지역 입찰결과를 살펴보면 이번에 낙찰을 받은 업체 외에는 경쟁자가 없었다. 이는 익산뿐만 아니라 전북지역 대부분 학교의 문제로, 교복업체들이 서로 간 조율을 통해 이른바 ‘나와바리’를 정하고 신사협정을 했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익산경찰은 이에 대해 담합이 있었는지를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듯 교복값 안정화를 위한 학교주관교복구매제도가 맹점을 드러내면서 제도개선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익산 모고교 교장 B씨는 “우리 학교는 3년간 실시하던 공동구매제도를 올해부터 개별구매로 돌렸다. 전북교육청이 권장한 주관구매제는 가격은 싸지만 학생들이 선호하는 메이커 업체들이 참여할 수 없고, 공동구매제 역시 이러한 현상은 마찬가지이다”고 말하며, “전북교육청이 교복 상한가를 전국 평균인 20만 3천원(동복기준) 선에 정한다면, 정상적인 경쟁이 이뤄지고 학생들이 선호하는 업체가 선정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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