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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20년, 그까이꺼 대충 `열정`만 있으면 OK!
  • 고훈
  • 등록 2015-06-03 10:17:00
  • 수정 2015-06-03 11: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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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르케극장 한유경 객원연출가

 

 ▲ 연출가 한유경   ⓒ익산투데이
▲ 연출가 한유경   ⓒ익산투데이

 


배우로 시작해서 연출까지 넘나드는 20년 경력의 팔방미인 연극인
오감 활용해 미술·음악적 요소 결합한 초등 연극 교육 활동도 펼쳐
오는 8월 <하녀들>에서 하녀로 출연, 10월엔 이강백의 <다섯> 연출

 

 

지난 31일 극단 ‘작은 소리와 동작’은 아르케 소극장에서 <멍멍 왈왈(부제: 삐뚜름한 세상이야기)>이라는 다소 재미있는 제목의 연극공연을 열흘간 무대에서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객석을 빼곡하게 채워 성황리에 상연된 이 작품은 터키의 국민작가인 아지즈 네신이 쓴 열다섯 편 중 일곱 편의 우화를 각색해 만든 것이다. 화제작 <멍멍 왈왈>을 연출한 한유경 연출가를 익산투데이가 만나봤다. 한 연출가는 무녀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연극수업을 마치고 온 터라 다소 피곤할 텐데도 눈빛을 빛내며 즐겁게 말을 이어나갔다.

 

 

◆섬마을 초등학교 학생들 연극수업은 어땠나?
전교생이 6명이다. 1명은 최근에 전학을 왔다. 애들이 너무 좋다. 자신들이 가진 것들도 풍부하고 표현도 적극적으로 해서 가르치는 입장에서 재미있다 한 주에 한 번 수업을 한다.

 

 

◆연극 연출일은 언제부터 하신건가?
원래는 배우로 연극을 시작했다. 지금도 연출하면서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처음부터 연출을 전공해서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배우로 시작해서 연출까지 하게 됐다. 연극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연출을 하게 됐다. 예선을 통해서 도 대표들이 뽑히면 서울에서 경선을 치르는데, 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10년 이상 아이들과 함께 무대를 올리며 연출 활동을 해왔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7년도부터 아르케 소극장에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연출하면서부터다.

 

 

◆배우 겸 연출가는 무대연출을 할 때 어떤 장점이 있나?
배우의 선들을 다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배우로서 계속 끊을 놓지 않고 활동해오다보니 연출할 때 어려운 점을 미리 알고 배우들을 배려하는데 이점이 있는 것 같다. 배우로서의 고충을 잘 알기 때문에 배우들이 연기가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더라도 배우에게 닦달을 잘 안 하는 편이다. 나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또 시대가 바뀌었다. 80년대에 연극을 배울 당시 불평불만 없이 맞으면서 배우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힘들면 배우들이 떠나고 남아있질 않는다. 닦달도 일부 필요한데 부드럽게 가야 하는 부분이 연출하면서 딜레마이기도 하다.

 

 

◆연극 <멍멍 왈왈>은 연출 계기는?
원래 하려던 작품은 <할머니의 레시피>였다. 요즘 먹는 방송이 대세이지 않나. 무대에서 요리도 하고 관객들에게 떡도 돌리자며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잘 안 됐다. 6학년짜리 아이가 나와야되는데 배우를 구하기 어려워서 결국 못 올렸다. 할머니 역할로 할 수 있는 배우도 아파서 맞지 않았다. 심지어 작가도 연락이 안 됐다. 그래서 잠정적으로 뒤로 미뤄진 상태다. 그래서 <멍멍 왈왈>을 급하게 올리게 됐다. 언젠가는 해볼 만한 작품이다.

 

‘멍멍 왈왈(부제: 삐뚜름한 세상이야기)’은 정치풍자로 첫 시도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정치에 크게 관심은 없지만 정치도 삶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원작이 <개가 남긴 한마디>라고 해서 제목 그대로 만들려고 했는데 책을 읽어보니까 단편들로 이뤄져있고 우화형식으로 동물을 표현하는데 부딪치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내용자체가 너무 좋고 1938년에 나온 작품이라고 믿기 힘들만큼 지금 상황과 똑같았다. 또 풍자극이니까 해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 싶어 시작하게 됐다.

 

 

◆새로운 도전이다. 평소 연출 스타일은 어떤가?
연극이 그래서 재밌는 거다. 새로운 도전. 혹시 낭독극이라고 들어보셨나? 최근 뉴스를 보니까 국립극장에서도 외국작품 세편이 낭독극으로 올려진다더라. 저희는 몇 년 전부터 시도해서 낭독극 형식으로만 만들어놓은 작품이 세 작품이나 된다.

 

낭독극의 시작은 대표님과 내가 열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까 낭독극의 이점이 많더라. 연극은 배우들의 화술, 음향, 조명, 움직임, 대도구, 소도구 등등. 신경 써야 할 게 많고 복잡한데 낭독극은 앉아서 하면 되니까 연극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하기 적당하다.

 

대신 주제를 무겁게 가져가는 편이다. <해피 버스데이>, <눈 먼 아이가 그린 풍경>이라는 낭독극이 있는데 진지하고 철학적이다. 관객 분들이 연극을 보시고 나서 공감대나 깨달아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좋아하신다고 말씀해주시고 한다. 관객들이 뭔가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을 추구한다.

 

철학을 좋아해서 작품 내용이 철학적으로 흐르는 성향이 있다. 요즘 <멍멍 왈왈>을 하면서 전에는 그렇게까지 고민해본 적은 없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걸 탈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누구나 사람들은 다 꿈을 꾼다. 가령 대통령이 된다든지. 대통령, 왕 그 자체가 욕심을 이야기하는 거다. 착한 일을 하고 싶다는 젊은이가 힘을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초반에 나온다. 사람들은 내가 잘 나가고 잘 먹고 잘 살고 현재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데 힘쓴다. 이건 권력을 가진 대통령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직업을 갖더라도 마찬가지인 우리의 이야기이다.

 

또 왕이 되고 싶은 젊은이가 빈대왕에게 왕위를 뺏겼다가 다시 왕을 찾게 되는데 끝에 노인이 이렇게 끝맺음을 한다. “혹시 너희들 주변에 착한 일하고 싶은 사람이 잇거나 그러면 알려라 그건 개소리니까”

 

사실 작품으로 보면 어떤 이야기든 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 착한 일 하고 싶고 좋은 일 하고 싶은데 말로만 하고 실제 현실적으로 못하는 부분이 많다. 관객들이 연극을 보고 극장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 이를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여기가 4층이니까(웃음)

 

 

◆연극 <멍멍 왈왈>을 본 관객들 반응은 어땠나?
이 작품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야기하는 전체 흐름을 보시고서 작품이 좋다고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 또 원작인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하시는 분들도 더러 계셨다. 무엇보다 관객들의 연령층이 다양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나 여섯 살 아이도 연극을 잘 보고 갔다. 다른 작품이었으면 입장여부에 대해 고민했겠지만 우화형식이라 입장이 가능했다.

 

당시 이도현 대표님과 어린 관객 입장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 대표님이 “아이들이라고 해서 아이들에게만 맞는 공연을 봐야 되는 건 아니다. 아이가 성장하는데 있어 먼저 연극을 통해서 인생을 배울 수도 있고 가치관을 형성해줄 수도 있는 거니 걱정하지 말아라”라고 안심시켜주셨다. 어른 관객은 어른대로 깊이를 느끼고 아이 관객은 아이대로 각자 얻어가는 게 다르더라.

 

 

◆객원연출로 활동도 하시면서 학교에서 연극수업도 하신다고 들었다.
2003년부터 예술 강사 활동을 했다. 국영수 과목처럼 일주일에 20시간씩 강의했다. 학교에 연극실이라는 푯말이 붙었던 게 2003년인데 당시 학교현장에 예술이 들어간다는 것이 방과후활동 외에는 없었던 상황이어서 뿌듯하고 좋았다. 예강 활동하시는 분들은 그걸로 인해서 생활이 되니까 자기 분야에서 예술 활동하기 굉장히 편하다. 그래서 나도 연출활동을 덕분에 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지금 초등학교 3,4학년 수준이 10년전 중학생 수준이라고 보심 된다. 받아들이는 것도 빨라졌다. 그러나 연극적인 부분에서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표현이 힘든 시대이다. 그래서 연극 안에라도 자신이 가진 것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수업을 할 때 미술이나 음악적인 요소를 많이 접목해서 하는 편이다. 아이들은 피아노, 플롯 등 악기를 배우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연극에서 보면 그 안에서 표현하고 느끼는 게 달라진다. 그래서 아이들이 날 제일 좋아한다. 학교에 가면 자기 봐달라고 소리치는 아이들도 많다.

 

시작하고 3~4년 정도 딜레마에 빠졌던 게 ‘내가 레크레이션 강사’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든 생각이 ‘애들이 스트레스 풀 데가 어디 있나? 아, 그럼 내가 레크레이션 강사라고 불려도 좋다’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주로 연극수업에서 강조하는 점이 있다면
수업시간에 가장 중요시 여기는 건 아이들의 감각기관 발달이다. 감각기관이 평소 생활하면서 안 쓰이는 경우는 없다. 연극 등 예술분야에 있어 감각기관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중요시한다. 독서도 중요하지만 많이 보고 너희 주변에 시선을 많이 주라고 주문하는 편이다.

 

너희들이 보고 듣고 느끼고 먹어보고 하는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지고 뇌에 저장이 되어져야 직업을 갖더라도 감각기관을 최대한 발휘해서 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좋은 직업을 갖고 싶으면 감각기관을 최대한 사용하라고 강조한다.

 

 

◆연출가로서 차기작으로는 어떤 작품을 생각하고 계신지?
8월에 하는 <하녀들>에서 배우로 활동할 계획이다. 연출로서는 이강백의 <다섯>이라는 작품을 10월 정도에 할 예정이다. 첫 번째 희곡작품집에 있는 작품이다. 작품이 어렵고 난해하다. 하고 싶은 작품이어서 선택을 하게 됐는데 연출을 하려다보니 어려운 부분이 있다.

 

배를 타고 새로운 나라를 찾아서 떠나는 다섯 사람의 이야기인데, 선장에게 몰래 돈을 주고 밀입국으로 들어가야 해서 통에 숨어있는 상황이다. 무대가 재밌게 빠지면 좋겠다. 여자가 한 명 남자가 네 명이 등장한다. 여자는 대사가 없고 날갯짓만 하고 있다. 특이한 작품이다.

 

 

◆연출가와 교육가로서의 목표는?
연출가로서의 목표는 내 이름으로 된 순수창작 희곡을 쓰는 것이다. 사십이 넘은 뒤로 가치관이 흔들려 힘들던 차에 <47분 기적의 독서법>이라는 책을 읽고 마음을 다잡았다. 최근에 책을 꾸준히 읽어나가고 있다.

 

예술강사로는 십년이 넘으니까 너무 안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를 주기 위해 특별히 섬에 있는 학교를 선택했다. 힘들 줄 알았는데 되려 힐링이 되더라. 물을 되게 무서워하는데 배 멀미도 신기하게 안 한다. 또 아침에 날씨가 안 좋더라도 갈 때쯤에는 날씨가 좋아진다(웃음)

 

어릴 때 안 좋은 추억이 있어서 공정한 선생님, 학생들에게 평등한 선생님으로 인식 되는 걸 중요시 여긴다. 그게 변하지 않기를. 초심이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관객과 시민들께 하실 말씀은?
연극의 4대 요소는 배우, 무대, 희곡, 그리고 관객이다. 관객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르케가 7년 정도 됐는데도 처음 와본 사람들이 매우 많다. 안타깝다. 위치를 설명하긴 좋다. 익산역 옆이라고 하면 다 안다.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익산지역에서 계속 꾸준히 활동하는 극단이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셨으면 좋겠다. 이런 자랑스러운 곳에 일 년에 1~2번 정도는 발걸음 하시는 게 어떨까. 작품의 질을 높이는 게 저희의 일이고. 찾아주는 관객들이 많으면 작품의 질은 당연히 올라간다.

 

또 배우들이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다. 꼭 예술 활동이기 보다 자신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유효한 방법이기도 하다. 작품을 준비하는 기간은 보통 두 달. 짧으면 한 달 반 정도 걸린다. 저녁 7시에 모여서 2~3시간 정도 합을 서로 맞춘다. 연령, 성별, 직업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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