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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조석구의 `꿩꿩 오리오리`
  • 익산투데이
  • 등록 2017-02-22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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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꿩 오리오리


보릿고개 넘다 자지러진 봄판

풋나무 거두러 산에 오른 낙주가

낫으로 까투리를 잡아왔다

알도 몇 얻어왔다

그날,

즈거매 손에 쥐어진 회초리 한 다발

종아리 낭창낭창

낙주 부러져나갔다

제아무리 배곯아도

알 품은 짐승 잡는 거 아니랐다


묵정밭을 쟁기질 하다 

두 자가웃 수로에 버등거리는 새끼오리를 보다 

어찌나 여린지 물갈퀴조차 보이잖는다

두 손으로 떠 봇물에 넣어주고

새참 때 들여다보니

깊고 길게 자맥질을 한다

그때만 해도 몰랐다

앞뒷산 푸드드득 맵차게 차고 오른 장끼가

꿩꿩 오리오리 꿩꿩 오리오리 

누굴 저리 불러 쌌는가 했다

바람에 물 밖으로 드러난 새끼오리

끝끝내 눈 뜨지 못해 안고 있다

누군가 오리 아닌 꺼벙이라고 일러준다 

산으로 갔어야 할 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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