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다문화 말고 이름을 불러주세요”
  • 고 훈 기자
  • 등록 2017-03-22 20:13:00
  • 수정 2017-03-22 20:35:15

기사수정


다문화가족 삶의질 향상, 인식 개선으로 사회통합 기여
안정적 초기 정착지원, 생애주기별 맞춤형 서비스 제공





홍달아기 익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국내체류 외국인 이백만 시대. 세계화는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거리를 걷다가 마주치는 낯선 얼굴들을 이제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이들과 같은 울타리 안에서 현재와 미래를 공유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홍달아기 익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이러한 우리에게 ‘역지사지’라는 키워드를 제시한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타국에서 이들이 한국을 자신의 고향처럼 여길 수 있게 하려면, 먼저 따뜻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다. 나와 다르다고 배척하고 차별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 잘 사는 길이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에 하는 말일 터이다.


익산투데이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홍달아기 센터장을 만나 우리 지역사회의 당당한 일원인 다문화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익산다가센터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한다면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어울림사회’를 목표로 익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지난 2006년에 개소해 지금까지 다양한 사업을 통해 다문화가족을 지원하고 있다. 결혼이민자, 다문화가정 자녀 중심으로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는 한편, 다문화가정 자녀의 건강한 성장환경 조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익산시가 다문화사회를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고 있다.




▲지역의 다문화가족에 대한 현황은 어떠한가
-먼저 익산시의 공식 통계(2015년말 기준)를 보면 7044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센터 회원 등록 현황(2016년 12월말 기준)을 각 국가별로 살펴보면 베트남 826명, 중국 579명, 필리핀 183명, 일본 70명, 캄보디아 177명, 몽골 20명, 러시아 15명, 우즈벡 41명, 태국 15명, 인도네시아 2명, 기타 136명 등 2064명이다.



▲익산다가센터 등록회원 현황과 특징은 무엇인지
-2014년부터 다문화가족서비스 대상자가 확대됐다. 결혼이민자, 외국인노동자, 유학생, 중도입국자녀들이 포함된다. 익산에 사는 다문화가족 구성원이 전입과 동시에 센터 등록을 하게 된다. 등록회원이 되면 센터에서 지원하는 교육과 행사 등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신규회원은 195명인데 이중 결혼이민자가 123명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필리핀, 일본 순이다. 대학교에서 외국 유학생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중도입국자녀, 학교 밖 외국인자녀들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학교에 가더라도 또래들과 적응을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 제도권 학교교육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새터민도 외국인 주민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작년 센터 통계상에서는 북한이탈자(새터민)에 대한 등록 수가 없는데 이것도 이유가 있다. 한국정부는 새터민을 외국인주민으로 분류했지만, 정작 새터민들은 한국어를 사용하고 한국문화를 알고 있기 때문에 본인들을 외국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회원등록이 저조한 것이다.
그래서 각종 지원이나 교육에서 새터민들이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북한이탈자는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지원해야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운영되는 프로그램과 사업에 대해
-가족영역(이중언어환경조성사업, 예비학부모교육, 가족관계향상프로그램), 성평등영역(배우자부부교육, 배우자이해프로그램), 인권영역(다문화이해교육,인권감수성향상교육, 다문화가족법과제도), 사회통합영역(취업기초교육 및 훈련기관 연계, 나눔봉사단 운영, 자조모임, 인식개선), 상담영역(개인, 가족), 홍보 및 자원연계, 한국어교육, 방문교육사업, 결혼이민자 통번역서비스, 사례관리 가정 발굴, 다문화가족 생활지도사, 결혼이민자 멘토링 사업, 다문화청소년진로 지원사업 등 하나하나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사업들이 알차게 이뤄지고 있다.



▲요즘 국제결혼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는데

-국제결혼에 대한 큰 흐름 중 하나는 전체결혼대비 국제결혼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국제결혼률이 전체결혼대비 13%정도 차지했었는데 현재는 10%내외 수준이다. 익산시도 한해 200명 정도 국제결혼을 했는데 이제는 그 수도 넘지 못하고 있다. 농촌에서 국제결혼하는 숫자가 줄어든 것이다. 대신 도시근로자들과 재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한 결혼이주여성들의 거주 연수가 길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이들의 자녀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앞으로는 이들의 자녀교육을 어떻게 시킬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들이 성장해서 익산시민, 한국인이 되기 때문에 자녀들의 교육은 지역사회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굉장히 중요하다.



▲결국은 부모교육, 자녀교육이 핵심이라는 말씀인데
-물론이다. 부모교육이나 자녀교육에 중점을 두고 강조해서 운영하고 있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모국어를 가르치는 이중언어교육이다. ‘이중언어환경조성사업’이라 통칭한다. 이중언어를 쓸 수 있는 가족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엄마들을 모아놓고 실생활 속에서 엄마 나라 말을 어떤 방식으로 가르쳐야 되는가에 대한 방법론을 자세히 알려준다.


국제결혼가정의 가장 큰 장점이 이중언어 사용이다. 과거에는 시어머니가 고향 언어로 자장가도 못 부르게 했다. 한국어를 못한다고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언어학자 연구에 따르면 적절한 방법을 사용하면 아이가 2개 언어를 구분해 적절한 상황에서 능수능란하게 쓸 수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장점을 충분히 살릴 필요가 있다.



▲반면 다문화가정 부모는 아이 교육 걱정이 많다고 들었다
-그렇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건전한 성인으로 자라날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될 사람들이니 정말 더 잘 키워내야한다. 다문화가정 부모들은 한국부모들이 너무 교육열이 높다보니 더 자신의 아이들이 뒤처질까봐 걱정한다. 사회에서 차별받으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과 불안이 늘상 자리 잡고 있다. 이를 불식시키려면 다문화인식개선교육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뤄져야 되지 않나 싶다. 너나 구분하지 않는 아주 어린 시기부터 말이다.


또한 다문화가정 아이도 어린이집에 만0세부터 맡길 수 있는데 주 양육자인 부모와의 스킨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서적인 교류를 놓칠 수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 특히 엄마의 자신감이 굉장히 중요한데, 아이들에게 영향을 지대하게 미치기 때문이다. 자신감 있는 엄마 밑에서 자란 자녀들은 긍정적이고 건강하다.



▲다문화라는 단어 자체가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 용어가 주는 위화감을 극복할 수 있을까

-시민들이 다문화가족을 나와는 다른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를 바꾸는 것이 급선무이다. 다문화가족이 차별을 당하지 않고 살 수 있는 통합의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런 환경이 갖춰질 때 결국 자신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


일례로 지역에 사는 결혼이민여성 가운데 한 사람이 아이 입학식을 갔는데 눈물이 났다고 하더라. 자기는 한국사회에 너무 잘 적응했는데도 아이는 학교의 낯선 환경에서 차별을 느끼는 것이 너무 슬펐다고 한다.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고 느껴졌다. 그러자면 차별의식이 없어져야하는데 이들에게 특별한 도움을 주려고 하면 한국 사람들은 역차별이라고 한다. 딜레마다.



▲부정적인 인식 개선을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면

-기성세대들은 다문화라는 꼬리표를 통해 이분화 시켰다. 마치 고유명사처럼. 교육청에서도 ‘온누리안’, ‘다꿈학교’로 사업명칭을 바꾸면서 ‘다문화’를 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노력했지만 결국 어떠한 이름을 붙여도 아이들 사이에서는 차별이 되고 있다. 나와 너를 구분 짓고 차별하는 언어를 쓰지 말고 인간 그 자체로 대해주어야 한다. 인간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목적으로 대하라는 칸트의 말도 있지 않은가.


결혼이주여성들도 종국적으로는 잘 살기 위해 한국남성들과 결혼했다. 못 살려고 결혼하지는 않았다. 인생의 목표는 서로 서로 잘사는 것이다. 누가 차별받기를 원하겠나? 기본적인 인간됨, 인격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다꿈이나 온누리다 다 차별받는 말이다. 서로 구분하지 말고 모든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우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좋지만 도움이 필요없는 사람은 일반회원으로서 활동하게 할 필요가 있다.



▲결국에는 교육이 답이라는 말씀인데
-인식개선캠페인의 일환으로 일반인과 다문화가족이 서로 함께 하는 교육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가족캠프도 서로 같이하는 프로그램을 늘려야할 것이다. 사람은 서로 부딪혀야 이해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항상 겉돌게 된다.


기관, 단체를 대상으로 한 다문화 인식개선교육도 해야 한다. 특히 공무원 교육도 필요하다. 아울러 자라나는 아이들의 교육부터 철저히 이뤄져야 된다. 여성들에게는 유리천장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들에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유리천장이 분명 존재한다.



▲한국식 이름으로 개명 안했더라도 본명을 불러주는 운동을 제안하셨는데

-현재 많은 결혼이민여성들이 한국식 이름으로 개명한 상태다.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같은 동양인 얼굴이 아니라고 무조건 ‘다문화’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다. 이는 그 사람에게는 또다른 폭력과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러지 말고 모르는 외국인이 있다면 반드시 이름을 물어봐서 본명을 불러주기 운동을 펼쳤으면 한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형성된 중심 배경에는 외국여성이 신분상승을 위해 결혼을 하는 사례가 많았고 많기 때문이다. 문화와 문화의 결합이 아닌 약간은 빛바랜 의미인 것이다. 이처럼 다문화라는 단어 자체가 좋지 않은 어감으로 고유명사처럼 됐는데 그 자체가 좋지 않은 인식으로 고착화됐다. 그러니 어떤 사람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문화’라고 부르는 것이 얼마나 온당하지 못한 행동인가 말이다. 사람 이름을 모르면 그 사람의 이름을 물어봐서 이름을 불러줬으면 좋겠다. 그것이 상대방을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방식이다.



▲센터를 운영하면서 아쉬운 점이나 어려운 점이 있다면
-결혼이주여성이 하루 빨리 적응하는데에는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관심과 협조가 절대적이다. 그런데 다문화가족프로그램에 대해 남편 참여도가 저조한 편이다. 남편이 직접 나오려고 하지 않는 의지의 문제도 있겠지만 경제적 여건상 직장생활을 야간근무로 하면서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주요 프로그램이 야간에 이뤄짐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다.


최근 센터 위치를 원광대 생활과학대학교에서 현재 송학동주민센터 인근으로 이동했는데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고 주변 교통사고 위험이 있어 약간 걱정스럽다. 여기에 대학에서 벗어나 개별살림이 되다보니 운영비가 다소 늘어나 걱정이다. 또 후원자들이 있지만 충분히 많지는 않은 상황이다. 후원처 개발도 큰 고민이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후원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시민들에게 한 말씀

-결국에는 우리나라 사람이 역차별이라고 생각하는데서 다문화 문제의 발생 소지가 있다. 기존에 있는 한국인들을 위해서는 예산을 더 쓰지 않고, 몇 명 안 되는 외국인들을 위해서 예산을 많이 쓴다고 주장한다. 안티 다문화사이트도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 사람들은 우리 국민이 되기 위해 인생에서 큰 결심을 하고 작정하고 한국에 왔다. 이들이 한국을 좋아하고 살고 싶은 나라로 여기게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미래가 걸려있다. 이를 위해 우리 시민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앞으로 변화해야하는가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다시말해 ‘hand in hand(손에 손잡고)’ 서로를 끌어주고 당겨주고 같이 가야 하는 동반자로 여길 수 있어야 한다.




<홍달아기 센터장이 걸어온 길>

-원광대학교 가정아동복지학과 교수
-익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익산건강가정지원센터장
-한국가족복지학회 회장
-한국생활과학회 회장
-국무총리상 수상(건강가정기본법 제정 참여)
-가족복지론(2014, 공동체) 외 저서 다수

<센터 이용 안내>

-매주 월~금, 오전 9시~오후 6시
-대표(교육/문화/상담) 850-6046
-통번역서비스 841-6045
-방문교육서비스 841-6040
-자녀언어발달지원사업 841-6041
-사례관리 841-6042
-홈페이지 http://iksansi.liveinkorea.kr
-이메일 scim06@hanmail.net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