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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담 100% 사회복지시설을 꿈꾼다”
  • 고 훈 기자
  • 등록 2017-03-22 20:20:00
  • 수정 2017-03-22 22: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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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도내 첫 사회적기업 인증 후 ‘승승장구’
시설 재정 자부담 비율 86%…정부지원 제로가 목표
복지는 시혜적 관점 아닌 기본권으로 접근해야






사단법인 사랑의손길 새소망 황의성 이사장






봄을 알리는 전령사, 4월에 열리는 ‘사랑의 거북이 전국마라톤대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뛰는 이 대회는 익산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대된 행사다. 지난 2004년 제1회 대회 참가자가 약 900여명. 현재는 약 1만여 명이 참가하는 대회로 성장해 열기를 더하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 거북이마라톤의 최초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사랑의손길 새소망 황의성 이사장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을 실제로 일궈낸 주인공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기업 사랑의손길새소망은 전라북도 사회적기업 1호로 인증 받으며, 성공적으로 경영을 이끌어 국내 사례로는 전무후무하게 자부담비율을 90% 가깝게 유지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이 정부지원이나 보조를 받지 않으면 사실상 운영이 어렵다는 측면을 감안하면 이 역시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이에 황 이사장은 업계의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으며 사회복지계의 살아있는 역사로 그 궤를 같이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거북이마라톤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황 이사장은 지난 2003년 장애인재활사업을 하면서 날다람쥐처럼 굉장히 잘 뛰는 아이를 위해 작은 운동회를 기획하게 된다. 온라인 카페에 행사 게시글을 올리자 부산에 있는 사회복지시설에서도 참여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혀왔다. 그저 작은 운동회에서 그칠 수도 있었지만 황 이사장은 이 순간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사회복지의 기반이나 관심이 없었던 때입니다. 장애인도 이런 체육활동에 대한 요구가 크다는 걸 알았죠. 좀 더 판을 키워서 해보자는 마음이 강하게 솟구쳤습니다. 장애인 중심으로 달리기를 하는데 마라톤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거북이마라톤은 바로 꼴등이 1등이라는 점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손을 잡고 달리며 체온을 느껴보자는 룰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 대회의 취지가 좋다보니 자발적인 참여도 자연스레 많아졌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을 해보자는 취지로 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매년 대회가 열리면서 단순한 체육행사라기보다는 지역의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죠. 대회가 성장하게 된 데에는 특히 지역사회의 도움이 큽니다. 자원봉사단체와 각급 기관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도와주고 계세요.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지금껏 대회를 성대하게 치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전국적인 규모의 대회로 성장하기까지는 지자체뿐만 아니라 지역로타리, 기업체, 공사, 언론사, 은행, 대형마트 등이 조직위를 구성해 물심양면 지원에 나선 덕택이다.


군경에서도 지원 인원이 수백 명씩 나오고, 육군 35사단에서는 군악대까지도 참여해 한마음으로 행사를 함께한다.


3년 전부터는 장애인문화 엑스포를 통해서 장애인 문화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해보고자 끼를 발산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황 이사장의 예전 직업은 안경사였다고 한다. 장애인이 보호받아야할 존재라고만 생각하고 장애인에 대한 본질적 고민은 아무도 하려 하지 않았을 때 그는 시력검사를 하러 온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을 위해 시력검사 방식을 새롭게 바꾸려고 노력한다.


“글자를 인식하지 못하니까 여러 가지 그림으로 시력검사를 해보려고 많이 노력했죠.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장애인들을 많이 만나다보니까 장애인들을 위해 실질적으로 뭔가를 추구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자고 생각해서 장애인복지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인간을 사랑하면 지혜가 생긴다는 말이 있다. 바로 황 이사장을 위한 말이 아닐까 싶다. 그가 처음 사업에 발을 내딛었을 2003년 당시에는 천만 원도 안 되는 작은 시설에서 시작했다. 현재는 영등동에 위치한 330평 규모의 시설물을 자부담으로 구입해 사업을 전방위로 펼치고 있다. 현재 4대보험이 적용되는 직접 고용한 직원 수만 170명. 지역일자리 창출에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재가노인복지센터도 120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익산에서 가장 큰 규모로 하고 있다.


이렇게 성공한 배경에는 지역에 필요한 사회복지 수요를 재빠르게 읽은 그의 혜안에 있다. 아울러 국가에서 시행하는 사회복지사업이 언젠가는 지원을 최소화로 줄이고 자립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날카로운 그의 예측이 뒷받침되어 있었다.


또한 다른 여타의 사회복지시설과는 차별되게 이미용, 급식지원, 차량지원 등 지역사회 자원과 연계하는 스펙트럼이 넓었다. 반면 사회복지는 공공성이 강한 정부지원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탓에 초기에는 일부 정통 사회복지계 인사들로부터 복지로 사업을 한다는 쓴 소리를 들어야만 하기도 했다.


황 이사장은 사회복지가 정부에서 하는 지원으로 인식되던 시절에 장애인 사회복지서비스를 담당하는 사회적기업을 일으켜 전라북도에서 2007년 사회적기업 1호 인증을 받았다. 복지전달체계를 전환해서 자립의 취지를 실현해보자는 그의 뜻이 담겨있었다. 국가지원 외부의 후원을 지양하고 수익구조를 만들어보자고 했던 것이 주효했다. 장애인과 노인에게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다.


사업을 점차 확장해나가면서 현재 사랑의손길 새소망은 장애인재가복지사업으로 ▲새소망주간보호시설, ▲새소망단기보호시설, 장애인가족지원사업으로 ▲익산시장애인가족지원인권센터, 외식산업전문업체로 ▲‘푸드앤정’, 사회서비스지원사업으로 ▲사랑의손길새소망노인복지센터, 장애인평생교육사업으로 ▲솜리장애인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09년도부터 솜리장애인야학교를 운영하면서 그동안 평생교육에서 소외되어왔던 장애인들이 배움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야학교 학생들의 향학열은 뜨겁다. 80세 장애인 학생도 열심히 배우러 다니고 있다고 그는 귀띔한다. 검정고시 합격자도 줄줄이 배출하고 있고, 대학 입학자, 취업자도 나오고 있다.


“익산시에 등록된 장애인이 2만 명입니다. 저희 자체 파악으로는 최소 60%학력취득을 못했다고 보고 있어요. 고등학교까지는 최소 의무교육이에요. 특수학교에도 전문학교가 있죠. 사회통합측면에서 민간에서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필요한 사회복지전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준비를 지금도 해나가고 있는 황 이사장. 그는 현재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한 목소리도 쏟아냈다.


“사회복지의 정책적 흐름들이 단순히 공급자 위주의 시혜적 관점에서 되고 있습니다. 이보다는 사회복지는 인간이 누려야할 기본권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익산도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시혜적인 사회복지의 한계점이 다가오고 있어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합니다”


사자성어를 좋아하는 황 이사장은 매년 사자성어를 선정해서 활동의 지침으로 삼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우생마사(牛生馬死)다. 소는 살고 말은 죽는다. 헤엄을 잘 치는 말은 물살을 거스르다가 죽게 되고, 헤엄을 못 치는 소는 물살에 떠내려가면서 살게 된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자신의 오만, 오판을 인식하지 못하는 점을 경계하는 말일 터이다.


올해는 마부위침(磨斧爲針)이란다. 도끼를 갈아 바늘로 만들만큼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말하는 황 이사장. 그는 다양한 노력, 다양한 시도와 고민을 통해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패는 헛수고가 아닙니다. 실패는 단순히 과정이 아니에요”


그는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바로 100% 정부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것이다. 현재 사랑의손길 새소망 시설은 86%가량 자부담으로 운영되고 있다. 황 이사장은 “14%를 없애는 도전을 계속해나갈 것입니다. 국내에서 자부담 80% 이상 시설은 거의 없다고 보면 돼요. 정말 완전 다른 사회복지를 보여주고 싶습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황의성 이사장이 걸어온 길>
-前)한국사회적기업협의회 공동대표
-전라북도장애인야학교협의회 회장
-전라북도장애인인권포럼 공동대표
-전라북도장애인체육회 감사
-전라북도여성장애인연대 고문
-익산시 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
-익산시 사회적기업 육성위원/ 마을기업 심의위원 
-현 (사)사랑의손길 새소망 이사장
    솜리장애인 야학교 교장 







봄개나리와 함께 찾아온 ‘거북이전국마라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 되는 힘찬 도전”




오는 31일까지 대회 참가 선착순 접수…한움큼 쌀로 참가비 대신
4월7~8일 중앙체육공원서 전국서 8천여명 참가 ‘국내 최대 규모’



거북이마라톤대회 조직위원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화합의 장인 제14회 ‘사랑의 거북이 전국 마라톤대회’의 참가자 신청을 이달 31일까지 선착순으로 받는다.
장애인의 올바른 인식을 유도하며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 구현을 위한 제14회 사랑의 거북이전국마라톤대회는 사랑의 거북이 전국 마라톤대회 조직위원회 주관으로 ‘하나 되어 세상을 향한 힘찬 도전’이라는 슬로건 아래 개최된다.


오는 4월 7일 러블리투어를 시작으로 8일 장애인 문화엑스포, 마라톤 대회까지 양일간에 걸쳐 익산시 중앙체육공원에서 8천여명이 참가하며 전국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이번 대회 코스는 중앙체육공원에서 출발, 남성총동창회관, 신공단주유소, 2공단사거리, LG화학, 신흥정수장을 거쳐 중앙체육공원으로 돌아오는 6.5km이다.


당일에는 장애인 문화 활성화 및 기반 마련을 위한 전국장애인문화엑스포를 개최하여 장애인의 문화욕구 충족 뿐 아니라 비장애인과의 문화를 통한 공감대 형성과 화합의 장을 마련 할 계획이다.


매년 무료로 진행되는 이 행사는 참가비를 대신하여 참가자들에게 한 움큼의 쌀을 모으는 ‘사랑의 좀도리 단지’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쌀 나눔 행사를 펼쳐 대회의 의미를 더욱 뜻깊게 해주고 있다.


신청 희망자는 사단법인 사랑의 손길 새소망 홈페이지(www.s-somang.or.kr)를 통해 접수 가능하며, 문의는 사랑의 거북이 전국 마라톤대회 조직위원회(851-1174)로 하면 된다.


조직위 관계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화합과 소통을 위한 이번 대회에 시민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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