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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살처분 동물복지농장 전국 첫 소송 결국 ‘기각’
  • 고 훈 기자
  • 등록 2017-03-29 18: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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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공공복리 해칠 우려, 살처분 해도 금전보상 가능”





AI 예방적 살처분 범위에 포함된 동물복지농장의 농장주가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28일 전주지법 제2행정부(이현우 부장판사)는 망성면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의 주인 유항우(50)씨가 익산시장을 상대로 낸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모든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살처분이 집행될 경우 입게 될 농장주의 손해는 금전으로 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농장주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거나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히 정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 또 “시에서 제출한 소명자료에 따르면 집행정지 때문에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참사랑동물복지농장 유항우(50)씨와 임희춘(49)씨 가족은 농장을 운영하며 넓은 공간에서 친환경 사료를 먹여 친환경인증과 동물복지인증, 식품안전관리 인증을 받았다. 여기에 익산시 농축산물브랜드인 ‘탑마루’를 붙여 최고급 계란을 공급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5일 이 농장과 2.1㎞ 떨어진 인근 육계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 사육하던 닭들이 살처분 대상에 포함됐다. 실제 인근 16개 농장의 닭 85만 마리는 모두 살처분됐다. 익산시는 참사랑동물복지농장에 대해서도 예방적 살처분 명령을 내렸다.


이에 농장주는 획일적인 살처분을 따를 수 없다며 도에 예방적 살처분 명령 취소 행정심판과 함께 법원에 살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도는 즉각 기각 했고, 익산시는 예방적 살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농장주를 고소했다.


이에 전주지방법원은 이례적으로 23일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에 대해 심문절차를 진행했다. 농장 측은 동물복지농장이 사람과 동물 사이 유대관계가 존재하는 점, 정부가 AI 전파를 막기 위해 시행하는 `예방적 살처분`이 효과가 확실치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살처분 명령에 따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익산시 소송대리인은 농식품부가 정밀검사와 회의를 거친 뒤 명령한 만큼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시 소송대리인은 “해당 농가 반경 3㎞ 안에서만 6개 농가가 AI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지난 일주일 새 인근 두 개 농장에서 AI가 추가로 발견됐다”며 “농장이 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에 있고, 근처 충청지역도 농가가 밀집한 점을 고려해 달라”고 촉구했다.


전국 16개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농장동물 살처분 방지 공동대책위` 23일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복지농장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 명령의 집행정지 결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AI는 동물을 물건처럼 다룬 공장식 축산방식이 불러 온 재앙이다”며 “동물복지농장에 대한 살처분 집행정지 판결을 통해 생명을 보듬는 따뜻한 원칙을 세워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도내 최초로 ‘동물 복지형 친환경녹색축산 육성 조례’를 발의한 김민서 시의원은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닭들은 면역력이 강해 병에 걸리지 않았다”며 “AI 발병만을 이유로 살처분 명령을 내리는 것은 탁상행정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 13년 동안 7700여만 마리의 조류가 살처분 당한 후 살처분 취소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법원은 농장주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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