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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로 만난 사람들의 특별한 봉사
  • 홍문수 기자
  • 등록 2017-05-17 0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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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

생의 마지막에 라이브 노래 들려줘 큰 보람







생을 마감하는 누군가를 위해 마지막 노래를 들려주는 천사들의 메시지가 잔잔한 감동으로 울려 퍼진다.

송학동 주민센터 기타 강습반에서 만난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연습을 마치고 호스피스 병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회원 대여섯 명이 기타반주와 노래로 삶의 마지막 종착지에 다다른 이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가져다주며 재능을 기부하는 아름다운 천사들이다.

킥복싱 무에타이 관장에서부터 주부, 미용실, 개인사업자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매주 목요일 호스피스병원을 찾아 죽음을 앞둔 환우를 위해 마지막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비록 짧은 봉사의 시간으로 죽음에 대한 심리적 절망감과 공포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얼마나 위로가 될까 싶지만, 막상 기타소리가 들리고 노래가 시작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레 교감하고 공감을 이루는 시간이 된다.







익산시 원광대학교 앞 호스피스 전문병원 ‘원병원’. 

이곳 호스피스 병원은 18개 병실에 17명의 말기 암 환자가 입원해 있다. 이들은 대부분 1개월을 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환우 대부분이 70세 이상부터 90세에 이르는 어르신이지만 언제나 웃음이 떠나지 않는 미소천사로 불리는 47세 여성분도 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다가 기구한 운명처럼 한 자리에 모여 마지막 여생을 보내고 있는 것. 

작년 4월 개원 이래 하늘나라로 돌아간 이들은 5살 혈액암 환자부터 16살 신장암 환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안타까운 사연을 안고 있다.

이곳 호스피스 전문병원 ‘원병원’은 노인성 질환이나 뇌졸증 등의 만성질병의 병명으로는 입원이 어렵고 말기 암 환자에 한해서 입원이 가능하다.

거기다 기대여명이 6개월 이내인 환자만 입원이 가능할 만큼 입원기준도 까다롭다.

‘죽음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는 믿음으로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한다는 성스러운 곳이기도 하다.

이곳 원병원에 입원해서 건강이 호조되어 퇴원한 환자는 아직까지 없다. 

어쩌면 이곳 병원은 생을 아름답게 마감하면서 그동안 맺어온 속세에서의 인연을 내려놓고 죽음을 맞이해야하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기도 하다.


이곳 성스러운 호스피스 병원에서 삶의 끈을 내려놓는 아름다운 이들과 함께 마지막 생을 같이 해 주는 아름다운 사람들.

“생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노래를 병약한 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어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오진탁 선생.

“어렵고 힘드신 분들을 위해 배운 기타로 노래 봉사를 할 수 있어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며 봉사의 참뜻은 전하는 서문재씨. 

노래를 부르다보면 봉사라는 생각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며 소회를 밝히는 킥복시 무에타이 유서성 관장.  

체육관 관장이라는 타이틀에서 나오는 강직함과 기타의 부드러운 선율에서 울려 퍼지는 앙상블이 어색하지만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오는 유 관장. 

유 관장은 “처음에는 죽음 앞에 있는 이들에게 미력하나마 노래라도 선사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되려 마지막 에너지를 우리가 받고 간다”고 겸손해 한다.

땀 흘리며 열창을 아끼지 않았던 봉사자 한 분은 “어떤 분이 처음에 병원에 입원할 때는 건강한 모습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박수 칠 힘마저 없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노래를 듣는 모습이 선한데 그 다음 주 왔을 때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슬프지만 노래라도 들려줄 수 있어서 보람을 느꼈다고 전한다.








이곳 호스피스 병원에서 봉사자들이 기타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다 보면 환우와 함께 한 마음이 되어 박수치며 따라 부르게 된다.

흥겨움에 젖어 어깨를 들썩거리고 고개를 끄덕끄덕하기도 한다. 박수를 치며 따라 부르다가도 박수치는 힘마저 버거운지 한 손으로 자신의 허벅지에 대고 까딱까딱 박자를 맞춰간다. 웃음소리가 병실 밖까지 넘치기도 한다. 경쾌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짧은 노래 한 구절에 감동받아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러다 설움에 복받쳐 흐르는 눈물로 숙연해 질 법도 한 병실이 웃음으로 변한다.

마지막 여운으로 남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그 어떤 절박감에 비할 수 있을까..

나이 지긋한 한 할머니는 땀 흘리며 노래부르는 봉사자를 보며 “목소리가 꾀꼬리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죽음의 절망 앞에서 칭찬할 힘마저 없을 그들 같았지만 웃음과 칭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힘이 솟는다. 

아름다운 죽음을 얘기 하지만 죽음을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다.

“좋아요, 좋아요. 여러분 감사합니다“를 연신 되풀이 하며 마음을 전하려 애쓰는 47세 여성 환자분의 웃음이 병실을 밝게 해준다.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르는 시간동안 엄숙하고 숙연하지만 기쁘고 즐거움을 간직하려는 순간순간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들의 시간을 살아있는 자들 1시간과 어떻게 비할 수 있을까?

생을 다하는 죽음 앞에서 수줍은 시골처녀처럼 천상의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른다.

동백아가씨 노래가 흘러나올 때엔 보호자로 있는 딸의 눈시울이 불거져 끝내는 울음을 참지 못하자 행여 엄마에게 눈치챌까봐 자리를 뜨고 만다.

이를 눈치 챈 엄마는 덩달아 침상에 누운 채 기력도 없을 힘을 모아 손을 들고 손뼉을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다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만다.


신청곡을 받아보지만 선뜻 속마음을 내보이지 못하는 수줍은 젊은 여성 환우는 미소를 보이며 얼굴을 떨구는 것으로 화답한다.

이어 노사연의 만남...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주룩주룩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내며 이승에서의 인연을 부여잡고 싶은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이들에게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인사는 이승에서 나누는 마지막 인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목이 메인다.

47세 여성분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노래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아마도 교감을 할 수 있어서 좋은 듯하다.


병실생활을 하다가 생을 앞둔 2~3일 전에는 안정실에 들어가 가족들과 함께 조용히 삶을 마감한다.

이들은 알고 있다.

안정실에 들어가면 어떻게 된 다는 것을 ...

“살아온 모습대로 죽어간다”며 “잘 살아야 한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 원병원 이정선 원장의 인생교훈이 머릿속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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