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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불면증
  • 편집국
  • 등록 2017-11-29 10: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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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이재성 한의원 원장)


초등학교 내내 열심히 공부한‘열공’군.

초등학교 동안 학교만 다닌 게 아니었다.

영어·수학·과학 학원에 다녔다.

학원에서는 중학교 내용을 배웠다.

같이 학원 다니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괜찮게 따라갔다.


중학교 가서 헷갈리는 일이 발생했다.

‘열공’군의 성적이 세 가지로 평가됐다.

첫 번째는 학원 선생님들.

시험 끝나면 영어·수학·과학 선생님들께 시험지를 제출했다.

100점 가까이 맞았고 칭찬받았다. 세 과목만 중요하다고 했다.


두 번째는 부모님.

다섯 과목 점수를 확인했다.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이었다.

고등학교 갈 때 이 다섯 과목만 들어간다는 거였다.

90점 넘으면 일단 다행이라고 했다.

90점 못 되면 고등학교 가는 데 문제 된다고 했다.

‘열공’군은 부모님 평가도 대부분 통과했다.


세 번째는 학교.

모든 과목을 백점 만점으로 매겼다.

음악·미술·체육까지 합쳐서 계산했다.

‘열공’군의 전교 등수가 확 떨어졌다.
중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열공’군 스스로는 학교 공부 못 따라가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근데 중학교에서는 전교 등수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원래 겁이 많아 혼자 자기 무서워하던 ‘열공’군.

무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자다 깨는 일도 흔해졌다.

아침에 잘 일어나지도 못했다. 학교생활은 좀 더 엉켜갔다.

수업시간에 늦게 들어왔다고 혼났다.

혼나는 데 고개 숙이지 않고 쳐다본다고 또 혼났다.

수업시간에 집중 않는다고 혼났다.

밝은 분위기를 위해서 열심히 대답했는데도 혼났다.


화가 났다. 학교 갔다 오면 늘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잠이 안 들기 시작했다. 자려고 누워도 잠이 들지 않았다.

양 오백 마리를 세다가 어렵게 잠이 들었다.

그렇게 든 잠 속에서는 또 무서운 꿈에 떨었다.

불면증이다. 잠이 안 들어도 불면증. 

자다 깨다 반복해도 불면증이다.


‘열공’군은 두 가지 다 포함된다.

겁 많은 게 근본 원인이었다.

겁 많으면 스트레스 받았을 때 상처가 크게 남는다.

잠은 오줌 싸는 거랑 같은 기전이다.

처음에 옷 내려주는 건 내 생각으로 한다.

하지만 오줌 나오기 시작하면 놔둬도 막 나간다.


잠도 마찬가지다. 자려고 눕는 건 내 생각으로 한다.

근데 잠드는 건 몸이 알아서 한다.

오줌 쌀 때 엉덩이 만지면 긴장해서 오줌 끊긴다.

잠도 스트레스가 방해하면 깬다.

겁 많은 아이는 스트레스가 커서 잠 깨는 일이 생긴다.


심해진 건 화 때문이었다.

화내면 체온이 1~2도 올라간다.

체온 올라가면 잠이 잘 안 든다.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활동해야 잠이 든다.

체온 높아지면 멜라토닌이 활동을 못한다.

여름밤에 잠 못 드는 것도 체온이 올라서 그렇다.

겁 많은 건 심장과 담이 약해서 그런다.


인숙산이라는 처방을 쓴다.

화를 많이 내는 건 간이 평정심을 잃은 때문이다.

간의 평정심은 용담사간탕이 찾아준다.

집에서 차로 마실 것은 향부자와 치자다.

향부자가 스트레스 푼다.

치자는 간의 평정심을 찾게 해준다.


생활요법도 있다.

일단 겁 많은 아이 있는 집은 온 가족 같이 자는 게 좋다.

독립심 걱정 안 해도 된다.

체격 커지는 고등학교 쯤 가면 알아서 혼자 잔다.

초중등 때 겁 많은 거다.

또 아이만 자라고 하고 거실 불 켜고 있으면 안 된다.

온 집안이 같이 자는 게 좋다.암막 커튼이 좋다.

어스름 불빛만으로도 멜라토닌은 힘을 못 쓴다.


자게 놔둬야 한다. 

미국 청소년 권장 수면 시간이 8~9시간이다.

한국은 안 잘수록 칭찬받는다.

깨기 위해 자는 잠은 결국 수업 시간 수면으로 이어진다.

온 나라 중고등학교 수업시간이 자는 아이 투성이다.


불면증 때는 깨는 시간만 정한다. 

자려고 누워서 30분 안에 잠 안 들면 다시 거실로 나온다.

놀다가 졸리면 다시 침실로 간다.

그렇게 잠든다.

그리고 일어 날 시간은 알람 맞춘다.

알람 울리면 바로 일어나 빛을 본다.

아침 7시에 일어나기로 했으면 7시에 무조건 일어난다.

새벽 4시에 잠들었어도 일어난다.

이렇게 2주 하면 몸에서 수면 주기가 회복된다.


지금도 학원과 부모님과 학교는 성적 매기는 방법이 다르다.

해결 방법은 아이에게 안 알려주기다.

아이는 학교 성적만 알게 하는 거다.

음악·미술·체육도 공부하게 한다.

그리고 부모는 조용히 고등학교 준비를 한다.

아이는 고등학교 합격할 쯤에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만 들어가는 줄 알면 된다.

그리고 고등학교 가서 수학·과학 중요한 줄 알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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