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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렇게 태어나는 거야

기사 등록 : 2018-01-17 10:26:00

편집국 iksantod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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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숙 / 익산여성의전화 부설 가정폭력상담소장


며칠 전 후배를 만났다. 그녀가 들려 준 부부싸움 이야기다. 40대 초반인 동갑내기 부부는  딸과 함께 뉴스를 보고 있었다.


“날씨를 보라는 거야. 젊은 여성의 몸을 보라는 거야.”


아내는 기상캐스터가 입은 걸음을 뗄 수조차 없을 정도로 꽉 조인 짧은 치마가 영 불편했다.


“몸매에 자신이 있으니까 그러지. 여성성을 드러내고 자신의 매력을 표현하는 게 어때서, 자연스럽잖아”


옆에 있던 남편이 한마디 했다. 아내는 세 딸의 아버지인 남편에게  말했다. 저 옷을 선택한 게 과연 저 기상 캐스터의 자유로운 선택이었겠냐고, 왜 여성은 자신의 매력을 표현하는 수천 수백만 가지 방법 중에서 굳이 몸매를 드러내야 하냐고,


날씨정보를 알려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 몸매자랑을 해야 하는 이 상황이 자연스러우냐고. 뉴스를 전달하는 남성이 몸매 자랑하는 것 보았냐고, 우리사회가 여성에게 외모를 가꾸는 게 살 길이라고 강요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남편의 생각은 확고했다. 여성들이 성적매력을 표현하기 위해 외모를 꾸미는 것, 타이트한 치마를 입는 것은 누군가의 시선이나 강요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하는 선택이고, 여성들은 그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초등학생 딸이 말했다.


“치마 불편해요.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하고, 다리 벌어질까봐 조심해야 해요.”


아내와 딸의 설득에 “여자는 원래 그렇게 태어나는 거야.” 남편은 이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후배는 자신의 남편이 이렇게 막힌 사람인지 몰랐다며 답답해했다. 후배남편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의자에 앉아 무릎사이가 벌이지지 않게 붙이고 다리를 가지런히 모아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한 후 등을 곳곳이 펴보길. 딱 일분만 이렇게 해보길.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한번해보길 권한다. 남성과 여성 상관없이 모두 이자세는 힘들다. 이 우아한 자세는 치마를 입은 여성이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기본적이 자세라고 미용교실에서 알려주고 있다. 이러고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후배 남편이 말한 것은 생물학적 결정론으로 인간의 성격이나 사회는 대부분 인간 생리 기능의 지시를 받으며 남성성과 여성성에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차이가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의존하는 것, 여성이 사회적으로 보조자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이 생물학에 의해 결정된 자연스러운 이치라고 설명한다. 이런 관점은 여성이 당하는 차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여성스럽다’가 부드럽다. 약하다. 수동적이다. 아름답다와 연결되어야할 필연적 이유가 없다는 것을. 여성적· 남성적인 것의 의미가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것이지 천성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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