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편두통의 한의학
  • 익산투데이
  • 등록 2014-05-27 10:21:00

기사수정

잘 나가는 영어 학원 선생님이셨던 ‘지끈’님이 직장을 옮긴 건 편두통 때문이었다. 20대에 시작된 편두통이 결혼하고 출산하도록 낫지 않았다. 한 달에 두 번씩.. 가끔은 안 아픈 척 출근도 했다. 하지만 상위반 중학생들을 속일만큼 가벼운 증상이 아니었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옮긴 직장은 과외였다. 아예 부모님들에게 선약을 받았다. 편두통 때문에 가끔 수업 옮길 수 있노라고.. 하지만 편두통 때문에 수업을 옮긴 어느 날, 학부모님에게서 강한 항의가 왔다. 편두통이 무슨 큰 병이라고 아이 중간고사 준비를 게을리 하냐고. 간단히 진통제 한 번 먹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 정도면 직장을 그만 두었을까요, 어머님.


‘지끈’님의 편두통은 2박 3일의 대장정이다. 시작과 끝이 있다. 시작의 정확한 이유는 못 찾았다. 스트레스나 피로할 때 발생하는 건 확실하다. 스트레스 한 번 받으면 그날 그러는 건 아니다. 스트레스와 피로로 1~2주 힘들고 나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술이나 생리로도 유발 될 수 있다고 인터넷에 나오는 데 ‘지끈’님은 아닌 것 같다.


시작은 컨디션 난조로 온다. 피곤하고 졸리고 힘 빠진다. 하품 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뒷목이 뻣뻣해진다. 예민해지고 식욕이 떨어진다. 첫 날 이렇게 쳐져 보내고 나면 다음 날 통증이 기다린다.

둘째 날 아침 한쪽 머리에서 심장 박동이 느껴진다. 머리가 두근거린다. 움직이면 심해진다. 시끄러운 소리에 심해진다. 정말 머리가 너무 아프다. 2시간쯤 지나면 구역질이 난다. 늘 토하는 건 아니지만 넘어올 것 같은 느낌은 매번 있다. 일정 포기하고 눕는다. 4시간 쯤 지나 점점 두통이 나아간다. 저녁 식사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일찍 잠이 든다.


셋째 날 하루는 후유증이 있다. 피곤하고 힘없고 밥맛없고 기분이 쳐진다.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편두통이다. 편두는 한쪽 머리다. 하지만 꼭 한쪽 머리만 아픈 건 아니다. 한쪽 머리만 아픈 사람이 반절 정도 되고, 머리 아무데나 아픈 사람이 절반이다. 그래도 한쪽 머리가 두근두근 아픈 게 특이한 증상이라 편두통이라 한다. 더 특이한 증상은 통증 지속 시간이 무조건 4시간 이상이라는 거다. 무섭다.


여자가 남자보다 3배 많다. 잘 발생하는 나이는 20대에서 50대다. 편두통을 앓는 부모님이 계시면 자녀들도 발생할 확률이 좀 높다.


한의학에서는 담궐두통(痰厥頭痛)이다. 담은 소화 과정에서 생긴 쓰레기 물질이다. 소화기가 약하면 영양분을 따라 쓰레기도 핏속으로 들어온다. 궐은 너무 많다는 뜻. 피가 너무 많이 탁해졌다는 말이다. 그래서 구역감이나 구토가 기본증상이다. 그리고 탁한 피가 머리까지 가면 그 무서운 두통이 온다.


치료는 침, 한약, 뜸 집중한다. ‘지끈’님처럼 4시간 지속형이라면 첫날 컨디션 쳐질 때 급성기 치료로 해볼 만하다. 48시간까지 지속되는 편두통도 있다. 치료가 잘 안 된다. 한 달에 두 번 이상 발생하면 예방 한약을 쓴다. 반하백출천마탕이라는 보험되는 한약이 있다. 계속 복용하면 편두통 발생이 확연히 줄어든다. 한 달에 한 번 발생한다 하더라도 24시간씩 고생한다면 예방약을 권한다. 비싸지 않고 부작용 거의 없다.
24시간 편두통이라고 밤새 아픈 건 아니다. 잠들면 통증은 멈춘다. 잠에서 깨었을 때 바로 아프면 시간을 합산한다. 그러니까 24시간이란 말은 오늘 아침 9시부터 아프더니 다음 날 아침 일어났을 때도 아팠다는 말이다.


‘번쩍’님도 편두통으로 고생한다. 근데 조짐이라는 증상이 하나 더 있다. 두통 시작되기 바로 전에 눈앞이 번쩍이다가 어두워진다. 눈앞에 빛이 번쩍이는 게 조금씩 커진다. 그렇게 몇 분 지나면 캄캄한 점이 생긴다. 그러고는 좀 있다가 없어진다. 나머지 편두통 일정은 ‘지끈’님처럼 3일짜리다. 치료도 ‘지끈’님과 같다.


편두통은 통증에 대응하는 힘이 떨어져서 발생한다. 그 힘은 잘 먹고 흡수 잘하여 피를 깨끗하게 하는 데서 나온다. 그리고 스트레스 용량 관리가 필수다. 너무 힘든 일정은 피해야 한다. 운동은 많이 할수록 좋다. 잠도 잘 자야 한다.
 /글 이재성(모현동 이재성 한의원 원장)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