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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포진과 대상 포진의 한의학
  • 익산투데이
  • 등록 2014-06-24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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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피곤하면 입술 주위 물집이 자주 생기는 ‘입치리’ 님은 건장하던 20대에도 늘 그랬다. 먼저 간질간질한 느낌이 하루 이틀 온다. 자고 나면 아침에 물집이 생겨 있다. 잘못 건들면 옆으로 번진다. 1주면 낫는 게 보통이지만, 잘못 건들면 2주 이상 조금씩 이어지기도 했다.


한의원에 가면 사혈침으로 깊이 찔러 피를 빼고 소독해 준다. 그리고 황련해독탕이라는 가루약을 받는다. 치료하면 깨끗해진다.


헤르페스라고도 하고, 단순 포진이라고도 한다. 헤르페스 단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생긴다. ‘단순’ 바이러스라는 건 헤르페스 바이러스 모양을 보고 붙인 바이러스의 이름이다. 단순한 병이라는 건 아니다. 감염되었다고 하니까 독감처럼 옮아온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런 건 아니고 몸 안에 숨어 있던 바이러스가 면역이 약해진 틈을 타 활동을 시작한 거다. 어쨌든 감염이라 한다. 나 하나 발병할 때는 내 몸에서 나온 거지만 부스럼 있는 입으로 뽀뽀하면 옮겨간다. 포진의 포(泡)는 물집이란 말이고, 진(疹)은 짓무른단 말이다. 물집 속에는 당연히 바이러스가 활동 중이다. 물집을 잘 못 터트리면 바로 옆으로 전염된다.


한의학에서는 ‘열창(熱瘡)’이라 한다. 면역이 떨어졌다고 해서 고령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흔한 병이 아니다. 젊은 사람들이 면역 떨어질 때 몸 안의 기운 불균형에 의해 솟구쳐 나오는 열에 의한 물집이다.

예방법은 피로 피하기다. 스트레스에 의해 피로로 옮겨가는 경우는 스트레스 피하기도 중요하다. 심호흡 습관만 들여도 좀 낫다.


옆구리에 띠 모양으로 물집이 무리지어 잡히면서 통증이 심한 병도 있다. ‘띠물집’ 님이 겪은 대상 포진이다. 대상(帶狀)의 대는 혁대 즉 허리띠같은 띠를 말한다. 대상은 ‘허리띠 모양처럼’이란 뜻이다. 포진은 물집과 진물. 즉, 허리띠 모양처럼 물집과 진물이 늘어서더라는 것.


물집 생기기 1~2주 전부터 물집 생길 자리가 이유없이 아프다. 심한 경우는 잠 못 잘 정도로 아프기도 하다. 얼얼하거나 내 살 아닌 듯한 느낌이 든다. 피부 색깔이 동그라미를 그리며 붉어진다. 1주일 쯤 아픈 후 무리지어 물집이 생긴다. 물집은 2주 동안 변화한다. 고름이 차면서 탁해지다가 딱지로 변한다. 그리고 없어진다. 하지만, 대상 포진 앓은 사람 중 5~10% 정도는 물집 없어진 후에도 통증이 남는다. 통증이 1~2년 간다.


대상 포진도 바이러스 감염 질환이다. 헤르페스 조스터 바이러스라 한다. 어렸을 때 수두 걸린 사람에게서 발병할 수 있다. 수두 바이러스가 몸 안에 숨어 있다가 약해지면 대상 포진으로 나온다. 예전에는 60세 넘은 분들에게 많았다. 요즘은 체격 커도 체력 약한 시대라 젊은 사람에게도 생긴다.


한의학에서는 사천창(蛇串瘡)이라 한다. 사(蛇)는 뱀. 천(串)은 어묵꼬치 꿰듯이 죽 꿰놓은 거를 말한다. 창(瘡)은 피부의 염증이다. 띠 모양으로 생긴 물집과 뱀 모양으로 늘어선 피부염은 같은 말이다. 습열이 경락을 침범해서 발병한다. 습열은 면역 불균형의 결과다. 몸에 습도 높은 열기가 꽉 끼게 된다는 거다. 습열이 염증을 일으키는 기전 이해는 쉽다. 칼에 손 벤 날 저녁에 술 많이 먹으면 다음 날 손 벤 자리가 덧난 것이 술의 습열 때문이다. 경락을 침범했다는데 여기서 경락은 신경이다.


용담사간탕이라는 처방을 쓴다. 2주 정도면 대부분 증상이 잡힌다. 그래도 통증으로 남는 후유증 방지를 위해 4주 정도 복용한다. 후유증은 나이가 많을수록 많아진다. 70 넘으신 부모님이 자꾸 감기 걸리면 무심하게 넘기지 말고 면역력 높이는 보약 지어드리는 게 좋다. 대상 포진 걸리고 나면 1~2년씩 통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대상 포진 있던 자리에 재발은 극히 드물다. 대상 포진 걸릴 때쯤 몸 상태를 생각해보면 스스로 이해 갈 정도로 약해져 있던 상황이 많다. 심한 피로가 한 달 이상 가면 쉬어야 한다.


입술 물집도 옆구리 물집도 헤르페스니까 혹시 입술 물집 여러 번 생긴 후 옆구리 물집 생기지 않을까에 대해 의심할 수 있다. 두 물집은 전혀 상관없다. 한의학으로 봐도 입술 물집은 양명경락이고, 옆구리는 궐음경락이다.
 

/글 이재성(모현동 이재성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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