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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 ‘돈키호테식’ 불통행정 도마
  • 고훈
  • 등록 2014-09-23 15:52:00
  • 수정 2014-09-24 14: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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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회불출석에 과태료 논란은 ‘일단락’

긴급대피명령 신중론 무시, 공무원 업무태만 징계하며 강행
행정감사 불출석 과태료 부과 논란 ‘대외비 공개’로 일단락

 

 

익산시 실무진이 모현 우남아파트와 관련 ‘긴급대피 명령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박경철 시장이 관련 공무원들을 징계 조치하면서까지 성급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박 시장은 안전총괄국 행정감사에서 대외비를 이유로 시의회의 출석요구를 거절해 사상 최초로 시장 과태료 부과 논란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는 관련 대외비 공개로 사태가 일단락됐다.

 

주택과와 안전총괄과 등 우남아파트 긴급대피 명령 관련 부서들은 확실한 이주대책이 나올 때까지 긴급대피명령을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던 걸로 알려졌다. 심지어 관련부서가 아닌 제3자적인 입장의 감사담당관 측에서도 긴급대피명령 결정 직전인 지난 5일 참고 의견을 내며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입장에 무게를 실었다.

 

감사담당관은 ▲대피명령에 찬성한 일부세대는 주민대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전국적으로 500~600곳으로 추산되는 D등급 건물에 대한 대피명령 사례가 없으며 ▲이주비 120만원과 융자 3000만원으로 이주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주택과와 안전총괄과 등 관련부서들 의견과 감사담당관 내부 참고의견을 듣지 않고 ‘안전제일’을 이유로 긴급대피명령을 강행했다. 그리고 이주하지 않는 주민에 대해서는 경찰 공권력까지 동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11일 익산시는 모현 우남아파트 주민 긴급대피명령을 내리면서 “시민 안전 위주의 위민(爲民)행정이 전국적 주목을 받고 있다”며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입주민들은 당장 집을 구해서 나갈 수 있는 형편도 아니거니와 수도와 전기가 끊길 위기로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는 형편이다.

 

박 시장은 모현 우남아파트 안전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매주 회의석상에서 관련부서를 통해 대책보고를 받았다. 당시 담당 공무원들은 긴급대피명령에 대해 재산권과 생명권이 달린 문제이니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대책마련에 고심했다, 그러나 거의 한 달여간 이렇다 할 적절한 대책보고를 올리지 못했다.

 

결국 이러한 업무태만을 이유로 박 시장은 해당 공무원들에게 훈계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훈계는 징계처분과는 달리 인사 불이익이 없는 경고 수준의 조치이긴 하나 ‘빨리빨리 해야한다’는 박 시장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엇박자가 난 셈이다.

 

박종대 의원은 지난 19일 이뤄진 안전총괄국 행정감사에서 “이번 대피명령은 내부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뒤에도, 담당공무원을 감사하거나 징계하는 등 압박을 통해 단행됐다”면서 “주민들의 재산권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뒤 후속대책도 전혀 없어 행정의 신뢰를 땅바닥에 떨어뜨린 사례”라고 질타했다. 송호진 위원장은 “주민들 전체 의견 수렴, 의회와의 사전 협의 등 아쉬움이 여러모로 크다”며 불통 행정에 대한 불만을 전했다.

 

이날 이뤄진 행정감사에서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긴급대피명령 건에 대해 시장 출석을 요구했지만 박 시장은 대외비를 이유로 거절했다. 이와 관련 조규대 시의회의장은 “독단적인 판단으로 대피명령을 내리는 이런 행동들은 시민과 시의회를 경시하는 처사”라며 “대외비란 이유로 참석하지 않은 점에 대해 매우 불쾌할 뿐만 아니라 이 사안을 기획행정위원들과 의논해 익산시 조례가 규정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박경철 시장에게 부과할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시의회 의장은 시장 등 관계공무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행정감사 또는 조사에 출석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사흘 뒤인 22일 시의회 내부 회의에서 조 의장 배석 하에 관련 대외비가 공개되면서 거절 사유가 정당하다고 인정돼 과태료 부과 논의는 무마됐다. 조 의장은 “박 시장의 행정사무감사 불참에 대한 과태료 부과 건을 기획행정위원회 의원들과 깊이 논했으나 공개된 대외비가 출석 거절 사유로 타당한 것으로 보고 논의를 일단락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의회와 박 시장 사이에 불통과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는 만큼 앞으로 남은 민선 6기 동안 험난한 나날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긴급대피명령 14일째임에도 현재 88세대 중 대피를 완료하고 이주비를 보전 받은 세대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사태 해결까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은 빠른 시일 내로 총회를 열고 대표자 선출을 통해 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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