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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 선거 ‘깜깜이’ 공약 보낼 사람도 없다
  • 고훈
  • 등록 2015-03-10 15:51:00
  • 수정 2015-03-11 16: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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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보 공약 요청에 달랑 1명 보내, 선거제도 보완 절실

오늘 치러지는 동시조합장 선거를 두고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실시될 조합장 선거에서 불법 선거를 막기 위해서라도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직 선거와는 달리 조합장 선거는 후보자 본인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배우자 등 후보자의 가족이라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선거운동도 법에 정해진 방법 외에는 할 수가 없다. 후보자가 착용하는 어깨띠 등 소품, 선거공보, 선거벽보, 전화, 문자메시지, 조합 홈페이지 게시판, 전자우편, 명함배부 등이 선거운동의 전부다. 여기에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할 수 있고 ARS는 안 되며 직접 통화로만 해야 한다.

 

제한이 많은 만큼 후보들은 유권자들을 만나며 발품을 부지런히 팔 수 밖에 없다. 후보 혼자서 어깨띠를 두르고 본인이 직접 차량을 운전해 유권자를 찾아다니며 고군분투하는 상황이 선거운동 기간 내내 연출됐다. 후보들은 관내에 사람이 모이는 곳을 동분서주 찾아다니며 명함을 건네지만 답답한 상황이다.

 

본보는 조합원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돕고자 지난 호 익산농협에 이어 원예농협, 산림조합, 익산군산축협 등 조합장 후보자 6명에게 질문지를 보내고 이에 대한 답변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답변이 돌아온 건 원예농협 김봉학 후보자 단 한 명뿐이었다.

 

자신의 공약을 알리기 위해 지역 언론을 충분히 활용해야 함에도 후보들에게는 잠시 잠깐의 짬을 내는 것마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원예농협 조합장 후보자로 출마한 국승목 후보자는 “혼자 계속 운전하며 조합원을 만나러 돌아다니다보니 도저히 (언론 홍보에는) 신경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법으로 허용된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2주일도 채 되지 않아 현 조합장의 프리미엄이 높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행사나 집회를 이용한 공약 발표, 후보자 초청 대담, 토론회도 허용치 않아 ‘깜깜이 선거’라고 비판받고 있다.

 

이에 농협중앙회 측에서 통계수치를 들며 반박하고 나섰다. 대다수 입후보자들이 조합원으로 오랜 기간 자격을 유지한 가운데 활발히 활동해왔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충분히 후보자들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 사무국이 조합장 동시선거 후보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조합장 후보자들이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 기간이 평균 24년4개월로 15년 이상 자격유지 조합원이 83.4%인 반면 5년 미만 자격유지 조합원은 2.2%인 58명이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선거를 앞둔 조합원들이 후보자가 어떤 사람이고 그동안 어떤 활동을 해 왔는지 충분히 조합원들이 알 수 있어 이번 선거가 후보자를 알릴 기회가 없어 깜깜이 선거라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협 측의 이러한 논리는 신규 조합원들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역에서 오랜 기간 조합 활동을 해온 사람들은 후보자의 됨됨이를 판단할 시간적 토대가 형성됐겠지만, 귀농 등으로 조합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조합원들은 후보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량에서 차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익산지역 한 농협 조합원은 “후보의 면면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토론회가 꼭 필요하다”며 “조합장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제도가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청래 의원 등 국회에서 해당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현재 심사단계에 있지만 1년 넘게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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