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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해외연수 보고서 ‘인터넷 베끼기’ 도 넘어
  • 고훈
  • 등록 2015-03-17 1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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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위 23쪽 보고서 인터넷 짜깁기 수준, 연수 소감도 베껴
산업건설위는 노력한 흔적 보여, 임형택 의원 국내연수 동영상 눈길

 

 

작년 시민사회단체와 지역 언론 등의 반대여론에도 해외연수를 강행했던 시의회가 보고서마저 졸속으로 작성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공개된 보고서는 분량 대부분을 연수국가의 현황을 그대로 채워 넣은 수준으로, 일부는 시정에 대한 대안 제시 등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이에 시의회 해외연수를 두고 관광성 외유가 아니냐는 논란이 꼬리표처럼 끊임없이 따라붙고 있다. 다음 달 시의회가 독일 등 해외연수를 계획 중인 가운데 시민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은 배경이다.

 

지난해 10월 익산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시 재정 등을 이유로 해외연수 취소결정을 하여 시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보건행정위원회와 산업건설위원회는 여론의 반대에도 중국과 동유럽 등으로 해외연수를 결정하고 강행했다.

 

보건행정위원회는 5박 6일 일정(2014.11.19~24)으로 중국 서안의 진시황릉, 화산관광단지, 화청소학교, 난주쮠취임동요양원, 정부 임시정부청사, 장가계 등을 돌아보는 해외연수를 진행했다. 김충영 위원장을 비롯하여 한동연, 김대오, 성신용, 소병홍, 임병술, 최종오 의원 등 의원 7명과 의회 직원 2명이 다녀왔다.

 

연수목적으로 익산 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등재 사업 추진 방향 설정, 대단위 복지시설 비교 시찰 등을 내세우고 있으나 올 초 시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보고서를 보면 수준 이하라는 지적이다.

 

보건위가 공개한 23쪽 분량의 연수보고서는 대부분이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들로 채워져 있다. 연수소감은 이중 4쪽에 불과한데, 더욱 심각한 것은 연수소감마저 다른 사람이 작성한 글을 인터넷에서 보고 그대로 짜깁기해 베낀 것이라는 점이다. 연수소감에서 중화오악이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실패한 이유 등을 언급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모 단체 사이트에 올라온 글과 거의 일치한다.

 

반면 산업건설위원회는 외유성 비판을 의식한 듯 노력한 흔적이 뚜렷하게 보인다. 산업건설위원회는 7박 9일 일정(2014.11.18~26)으로 동유럽 6개국인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등을 다녀왔다. 황호열 위원장을 비롯하여, 박철원, 강경숙, 김민서, 김용균, 김정수, 김태열, 조남석 의원 등 의원 8명과 직원 2명, 동행 취재기자 2명이 다녀왔다.

 

산업위가 공개한 75쪽 분량의 연수보고서도 마찬가지로 현황만 60쪽에 이른다. 보건위의 보고서와 다른 점은 후기를 제외하고도 12쪽에 걸쳐 시정제안을 보고서 안에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제안 내용에는 ▲국제환경기준에 부합하는 첨단기술 도입으로 하수슬러지사업 재추진 ▲로컬푸드 직매장내 즉석 천연과즙 판매 ▲삼발이 자전거 활용 도심 쓰레기 수거 ▲무인주차발급기 설치 운영 ▲불법주정차량 바퀴에 잠금장치 단속 도입 ▲자전거 도로 등 기반시설 구축 ▲아름다운 간판거리 조성 등이 있었다.

 

모범사례는 가까운데 또 있다. 최근 기획행정위 임형택 의원은 세계유산과 관련해 2박3일간 의 국내연수를 17분 분량의 동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공개했다. 타 지자체의 경우 수원시의회가 해외연수기간 공식일정상에 진행됐던 현지 담당자와의 질의응답 내용을 빠짐없이 그대로 보고서에 실어 시민들에게 공개한 바 있다.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외유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서울시는 국외출장심사위원회 운영과 관련된 규정을 올해부터 한층 강화했다. 우선 심사위의 객관성을 위해 외부위원 구성비를 50%에서 78%로 대폭 확대했다. 또한 출국 30일전 출장계획서의 심사위 제출과 함께 홈페이지에 즉시 공개하게 했다.

 

반면 익산시의회의 경우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못하고 있다. 시의회 심사위 구성은 위원장 포함 7인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의원출신 위원이 3명이나 된다. 의결정족수가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최소 4명)과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최소 3명)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객관적인 심사를 담보하기 힘든 상태이다.

 

또한 현행 익산시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규칙에 따라 참고사항이나 보고서를 작성할 때 ▲최신정보 ▲기술 및 제도개선에 관한 사항 ▲활용방안 ▲유사목적 여행자를 위한 조언 ▲지방자치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항 등을 포함하도록 되어있지만 이를 꼼꼼하게 만족시킨 보고서를 찾기 힘들다. 아울러 공무여행 결과보고에 대해서도 규칙으로 필요한 경우에 시민을 대상으로 보고회를 가질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소극적인 입법이라는 지적이다.

 

익산참여연대는 “매년 반복되는 시의회 해외연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노력을 위해서 심사위원회의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해야한다”며 “의원들의 참여를 배제하고 기관추천과 공모제로 위원회를 구성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해외연수보고서와 관련해서 “누가 봐도 형식적이다. 시민들에게 여행이 아니라 연수임을 증명해야 하는데 우선 보고서가 충분히 그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고 있다. 또 단순 감상을 넘어선 추가 활동 계획과 방향이 없는 점이 아쉽다. 이를 위해 시민을 상대로 해외연수 공개보고회를 개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의원들이 실제로 보고서를 직접 작성하는지 의문이다”며 “동행한 의회사무국 직원들이 연수보고서를 작성한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엔 작년에 해외연수를 가지 않았던 기획행정위원회가 의회 상임위 가운데서 가장 먼저 해외연수를 떠난다. 다음달 24일 생태도시로 유명한 독일 프라이부르크로 계획한 가운데 의회의 외유성 해외연수 논란이 또다시 재점화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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