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시 - 산소
  • 익산투데이
  • 등록 2017-06-07 14:05:00
  • 수정 2017-06-07 14:19:26

기사수정

 

         시인 조석구 / 전북 작가회의

 

발병으로
이태 만에 찾은 아버지 댁

 

삽짝너머 아까시
환삼덩굴 억새풀 맹감나무 산딸기
장다리 솟듯 피어올라

뎅겅뎅겅 분질러 고봉밥 지어놓고
진지 잡수시라 서너 번을 모셨는데요
대답 아니 계셔 방문 앞에 갔더니
누가 왔나 들창문에 박아 넣고 내다보던
단풍잎 들어간 한 뼘 유리는 
뽀얗게 먼지 앉아 간유리가 되었구요
불같던 울 아버지
눈비 맞아 푸른 이끼 빙 둘러쳐진
방문을 닫아걸고 땅, 땅,
양은재떨이에 곰방대 터는 소리만 들려왔어요

 

장성한 두 자식 가슴에 묻을 때
귀 어둡고 눈 어두워진 울 엄니
어찌 먼저 알아들으셨을까 불가사의인데요
쑥부쟁이 웃음 웃고 맨발로 달려 나와
말씀도 없이 제 얼굴을 부벼대는 것이었어요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