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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시의회’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 고훈
  • 등록 2014-10-07 16: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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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호진 기획행정위원장 인터뷰

 

 ▲    ⓒ익산투데이
▲ 송호진

 Q1. 지금의 사태까지 이르게 된 상황을 정리한다면?
설명하자면 복잡하다. 그리고 자칫 감정싸움으로 번질 우려가 있어 말하기 조심스럽다. 일단 집행부와 시의회의 견해의 차이, 시선의 차이인 것 같다. 박 시장이 추진한 광역상수도전환, 북부권 시청 일부 청사 이전, 동산동 하수슬러지 공사, 모현우남아파트 등 여러 현안들이 의회와의 소통이 전혀 없이 시장 단독 결정으로 이뤄졌다.

 

일례로 광역상수도 전환 문제의 경우, 수도요금 등 시민의 경제적 부담이 직접 증가하는 사안이 아닌가. 그렇다면 시민 공청회를 열어 시민들에게 우리가 그동안 먹던 물을 버리고 용담댐 물을 먹어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한다.

 

그러나 박 시장은 시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조차 철저히 무시하고 시민들 의견 수렴과정 또한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혼자 덜컥 일을 저지르고 있다. 그 뒷감당은 오로지 의회와 시민의 몫이다.

 

그렇다면 의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뭐냐. ‘소통 좀 하자’는 거다. 공약사업에 대해 예산을 삭감하면 집행부 측에서도 ‘이 사업은 꼭 해야 되는 사업인데, 왜 예산을 삭감하나. 어디 이야기 좀 해보자’라는 식으로 나오지 않겠나. 그런 의도로 예산을 삭감한 측면도 있다. 그런데 박 시장은 ‘내 공약 사업인데 감히 이걸 손에 대냐’ 이런 식으로 집행부 발목잡기로 여기고 여전히 소통에는 관심이 없다. 답답한 상황이다.

 

모현 우남아파트 긴급대피명령 건도 그렇다. 9월 5일에 시장이 최종 결정을 하고 추석 연휴가 지난 다음날인 11일에 긴급대피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거의 일주일 동안이나 시장은 물론 담당공무원들에게서까지 의회에 전화 한 통 없었다. 이런 중대한 사안에 어떻게 한 마디 말도 없나. 그래서 우리 시의원들도 언론 보도를 보고 나서야 명령이 내려진 걸 뒤늦게 알았다. 기가 막힌 상황이다. 나중에 담당 공무원한테 물어봤다. 그랬더니 담당공무원이 말하기를 “의원님들 쉬시는 기간에 말하기 좀 뭐해서…”라고 한다. 이게 지금 말이 되나.

 

그래서 안전총괄국 행정사무감사에서 모현우남아파트 긴급대피명령 건으로 박 시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외비 명목으로 거절해서 관련 조례의 규정에 의거해 과태료를 부과하려다 박시장이 대외비를 공개해서 논의를 일단락하고 사정을 봐줬다.

 

의사일정상 9월 30일에는 시장을 상대로 시정 질문이 예정돼있었다. 그런데 국가식품클러스터 MOU체결 건으로 시장이 참석한다고 해서 조례를 비롯한 다른 안건까지 30일에 몰아 처리하면서까지 시정 질문을 10월 1일로 하루 연기시켰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원래 MOU체결 예정일은 25일로 장관이 참석한다고 해서 날짜를 30일로 조정한 것인데 이것도 익산시에서는 부시장이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걸 뒤집고 시장이 참석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MOU 체결엔 차관이 왔다고 한다. 의회입장에선 시장이 이 사실을 알고 시정 질문을 피하려고 계획까지 변경해가며 일부러 참석한 것 아니겠냐는 오해를 살만한 대목이다.

 

결국 1일 시정 질문에도 시장은 불출석했다. 출석 거절 공문을 본청 공무원이 보내왔다. 의사국에서 공문을 전달 받은 시각은 시정 질문 전날인 30일 오후 6시 30분쯤이다. 정규 업무시간이 끝난 시각이다. 의장이 시장의 시정 질문 불출석을 인지한 시각은 오후 9시 10분  경이다. 시의회 측 서버로 정식 문서로 접수된 시각은 1일 새벽 3시쯤이다. 결국 시장은 시정 질문 출석을 아예 안 하려 작정하고 일과가 끝난 시간에 뒤늦게 공문을 보낸 것이 아닌가.

 

 

시장이 자신의 공약사항에 대해 의회가 발목 잡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무소속에 대한 태클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 차원에서 당 때문에 공약사업들을 반대한 것이 아니다. 의원들도 표를 먹고 살고 민심의 향배를 시시각각 주시하며 쫓을 수밖에 없다. 정당한 명분이 있다면 반대할 수가 없는 입장이다.
시장이 혼자 시정을 이끌어갈 수 없다. 의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설령 사업타당성이 충분히 있다하더라도 공청회를 통해서 시민들에게 알리고 양해와 협조를 구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의회는 해당 사업에 대해 감사도 해야 하고 업무보고도 받고 집행부를 감시 견제하며 시민의 이익을 위해 시정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이처럼 시와 의회가 두 개의 바퀴처럼 굴러가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시장 혼자 일을 하려고 하는 형국이다. 축구를 비유로 들면 시장 혼자 단독드리블로 엉뚱한 곳에 골을 차고 있는 거다. 나머지는 황당한 표정으로 왜 저기에 공을 차냐고 말하고 있는 거다.


Q2. 공식행사 축사에 얽힌 속사정은?
26일 미륵사지 국립박물관 승격 관련 세미나가 있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시장은 천년고도 위대한 익산을 언급하며 형식적인 내용이었던 반면, 이춘석 의원은 문광부와 의견이 상충될 상황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강도 높게 질타해서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박 시장은 이때 이 의원을 축사 안 시키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고 한다.

 

그날 오후 2시 평생학습축제 행사가 있었다. 담당계장이 의장이 다른 행사 참석으로 참석 못하니까 꼭 참석해서 축사까지 해달라고 당부했었다. 오전에 급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점심 먹고 바삐 행사장까지 갔는데 담당 과장이 일정이 바뀌어서 축사가 없어졌다고 했다. 이날 축사는 결국 시장 혼자 했다. 시장 축사가 끝나니까 바로 단상을 빼고 이어서 시민이 축사하는 걸로 하겠다며 다함께 구호 외치고 끝났다.

 

의장 축사 대독하기로 한 내가 있었고 이춘석 의원이 있었지만 축사를 하지 못했다. 바로 이어서 테이프 커팅식이 있었지만 할 기분도 아니고 해서 그냥 나왔다.

 

그 다음 익산 예술제가 있었는데 이날 축사는 시장, 의장, 이춘석 의원 이렇게 예정됐었다. 여기서도 시장을 제외한 축사는 빼달라는 전화가 익산시에서 왔다고 한다. 이 행사에서는 시장과 의장이 축사를 했다. 나는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조규대 의장이 축사에서 선거 끝나고 이춘석 의원을 칭찬하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걸 두고 박 시장이 국회의원을 왜 띄워주느냐 하면서 기분이 상한 거 같다.
토요일 프로줌마 페스티벌에선 시의원들이 아예 단상에 올라가지 않으려고 했다. 무소속 남성 의원과 여성의원 4명만 올라갔다. 의장이 폭언을 비롯한 욕설을 했다고 하는데 내가 확실하게 들은 건 “내 참”, “전두환 시대”라는 단어이다. 집행부에서는 의장의 발언을 폭언이라고 하면서 여론을 어떻게 호도하냐면, 행사간소화로 축사를 줄이겠다는 거다.

 

시장이 시정 질문 불참사유로 든 게 시의회 의장의 공개사과와 사퇴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출석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정 질문에 시장이 참석하지 않은 전례는 과거 오세훈 서울 시장과 조충훈 순천시장이 있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까지 불참하도록 시장이 지시한 사안은 이번이 처음이다.

 

 

Q3. 시장의 직권남용과 공무원의 직무유기 등을 법적으로 검토중이다고 들었다
기자회견과 성명서를 통해 법적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될 수 있으면 유보하는 입장이다. 집행부와 의회가 싸우면 시민들에게 이전투구 하는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겠나.

 

양측이 서로 법적 공방을 하겠다는 건 파멸로 가는 일이니까 지금껏 시의회는 수위를 조절하며 조용하게 대응해왔지만 익산시에서 고소를 한다고 하면 이쪽에서도 맞대응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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