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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과 소록도
  • 채수훈 기자
  • 등록 2023-07-18 16: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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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왕궁 사람들은 사슴뿔을 닮은 섬, 소록도에 갔다. 관광버스에는 왕궁 한센인 농장, 사회단체장, 공무원 등 19명이 탑승하였다. 단순 여행이 아닌 비교 견학에 무게가 있었기에 버스 안에서도 진지한 대화가 오고 갔다. 


왕궁 한센인 정착촌의 고향인 소록도에서 한센인 복지인식 제고와 지역사회 단체들의 화합을 위해 방문하게 되었다. 또한 돌아오는 길에 태백산맥문학관과 순천만국가정원 견학을 통하여 근현대 역사 문화와 친환경 정원 시책을 학습하고자 하였다. 


이 세 곳은 익산시가 왕궁에 계획한 사업과 연계돼 있다. 국립소록도병원과 순천만국가정원은 한센인 정착촌의 국립한센인요양병원 유치 사업과 왕궁 명품 힐링 숲 사업과 비교해보면 좋을 것 같다. 태백산맥문학관은 양곡문학관을 기초하는데 시사점을 던져 주기에 충분하다. 세 개 사업별로 나누어 견학 의미를 복기해 보고자 한다. 


첫째, 왕궁 한센인 정착촌에 국립한센인요양병원 유치 사업이다.


전국에 한센인 정착촌은 80여 개가 있고 8,5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전북에 826명이고 왕궁에는 430명이 생활하고 있다. 국립소록도병원에 거주하는 양성 한센인 441명과 인구수가 비슷하다. 왕궁은 전국 최대의 음성 한센인 정착촌이다. 대부분 주민들은 80대의 고령자이자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이다. 초고령 지역이며 노인성 질환이 심각한 실정이다. 소록도는 섬내 국립병원에서 치료가 손쉬운데 왕궁 정착촌은 사회복지시설이 노인주간보호센터 1개소와 경로당이 고작이다.


왕궁 한센인들은 몸이 아파서 병원 치료시 시민들의 거부감과 혐오감으로 제대로 된 의료와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과거 소록도 생활 시절에 소외와 억압, 굶주림과 가난 등 상처 때문에 국립소록도병원 이용을 기피하거나 귀향을 거부하는 실정이다. 때늦은 감이 있다. 왕궁 정착촌에 국립한센인요양병원을 건립하여 의료와 복지를 융․복합한 사회복지서비스 지원이 요구된다. 


둘째, 한센인 정착촌의 왕궁 명품 힐링 숲 조성사업이다.


우리나라 국가 정원은 순천과 울산에 두 곳이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도시확장 방지와 순천만 생태 보호를 위하여 그 경계에 조성되었다. 익산시에서 시장 공약사업으로 추진하는 왕궁 명품 힐링 숲 사업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왕궁 정착촌은 1949년에 최초 정착 후 축산업으로 자생의 길을 걸어왔다. 그 후 새만금 국가사업에 따른 수질오염 개선과 인근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축산 악취로부터 환경오염 해결을 위하여 2011년부터 현업축사 매입을 추진해 왔다.      


왕궁 정착촌은 40여만 평으로써 전국 최대 규모이다. 올해 현업축사 매입이 마무리되면 제2단계로 왕궁 명품 힐링 숲 조성사업이 준비돼 있다. 한센인의 애환과 생태복원이란 지역 특성에 맞게 사업이 추진되었으면 한다. 특히 이곳 남쪽에는 주교제가 있고 생태복원으로 조류, 어류 등이 자생서식하고 있다. 순천만국가정원과 울산태화강국가정원은 하천의 생태 보호 차원에서 조성되었다면 왕궁 명품 힐링 숲은 생태복원에 초점을 두었으면 한다. 


셋째, 양곡문학관 건립사업이다. 


양곡 소세양은 조선 중기 선비이자 호남의 대표적 문인이다. 금마로 낙향 후, 퇴휴당을 짓고 수많은 문학 작품을 남겼다. 백성들과 후학들을 온후하게 가르치고 이끌어서 지역사회에서 사풍(士風)을 일으켰다. 문집에는 『양곡집』과, 시, 산문 등 1천여 수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익산의 화암서원에 제향하였고, 무덤은 왕궁면 용화리 수실 선영에 있다. 양곡의 무덤 옆에 세워진 소세양신도비는 전라북도 유형문화재이자 익산시 최초 신도비이다.


양곡은 그간 지역사회의 관심과 조명이 소홀하고, 문학 작품의 번역사업도 미진한 상태이다. 다른 지역 문인들과 비교할 때 각종 문학 사업과 재조명이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양곡의 문학사상을 널리 선양하고 그 작품의 인문 관광을 위한 양곡문학관이 건립되었으면 한다.


보성 벌교읍은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이자 조정래의 태백산맥 문학관이 있는 곳이다. 읍내가 온통 소설과 연관성을 갖는 문화․관광 고장이 되었다. 이처럼 양곡 문학관도 금마 퇴휴당에서 왕궁 소세양 신도비까지 문화 스토리텔링 사업이 요구된다. 


세 곳 견학 후, 들뜨고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아닌 차분하게 음미하면서 돌아왔다. 이제 왕궁과 한센인 정착촌은 함께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한센인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사업에 반영되어 공생하는 지역사회가 되길 소망해 본다. 


글쓴이

채수훈<왕궁면 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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