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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3천미터 로키산… 마지막 몸부림 지구 온난화 현장
  • 편집국 기자
  • 등록 2023-09-08 11:47:57
  • 수정 2023-09-08 13: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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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완수, 빙하와 폭포, 빙하호수 등 헬리콥터 1시간 탐방기
  • 남-북극 25차 탐방 위업달성, 대한민국 대표 환경운동가로

# 로키산 정상에 위태롭게 매달린 빙하들… 마지막 몸부림


로키산맥은 북아메리카 서부에 있는 산맥으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미국의 뉴멕시코주까지 남북으로 4500km에 걸쳐 뻗어있다. 남극과 북극의 빙원을 제외한 가장 넓은 면적(325㎢)을 차지하고 있는 곳으로 3000여m 로키산 정상에는 컬럼비아 대빙원(Columbia Icefield)이 있다. 컬럼비아 대빙원을 하늘에서 빙하와 폭포와 빙하계곡 등 ‘지구온난화 현장’탐방에 나섰다.

땅에서 바라보면 로키산 정상 부분에 위태롭게 매달려있는 빙하들… 마치 지구온난화의 상징처럼 그렇게 매달리며 사라지지 않으려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 같다.


#헬기는 로키산 계곡으로… ‘내가 여기 있노라’ 자태 뽐내


비 내리는 악조건에도 로키산 헬기장을 출발한 헬리콥터는 예쁜 ROCKIES HELI CANADA라는 헬리콥터 사무실을 바라보며 Abraham 호수의 배웅을 받으면서 로키산 계곡으로 날아오른다.

창밖엔 보슬비가 내린다. 헬리콥터 시야가 좋지 않아 제대로 이륙할지 걱정이 된다. 헬기 직원이 다른 날이 어떻겠냐고 묻는다. 내일이면 한국에 돌아가야 해 시간이 없다고 하니 출발을 강행한다. 3000여m 로키산 정상부를 1시간여 돌아야 하는데 안전운행이 걱정이다.

멀리 호수를 뒤로하고 로키산 운항지도 쪽으로 향하니 에머랄드 빛의 빙하하천이 흐르고 기다란 도로가 한없이 이어지고 있다.

헬리콥터는 로키산 계곡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계곡을 따라 흘러 내려오는 빙하수가 마치 지도를 그리며 꿈틀거리며 강력한 생명력을 드러내고 있다. 계곡을 따라 들어가니, 우리를 안내하는 듯 빙하수가 흐르며 자기 방향으로 오라는 듯 손짓한다. 깊숙한 로키산 계곡에는 어김없이 빙하수는 흐르고 헬기는 계곡을 따라 날고 있다.

조금 깊은 골짜기에 들어섰을까? 계곡은 좁아지고 양쪽의 암벽 사이로 부끄러운 듯 어김없이 에머랄드 빙하수는 몸을 숨기고 있다.

헬리콥터는 서서히 계곡 속에서 상승하고 있다. 다행히 비는 그치고 바람은 불지 않고 그리 높지 않은 고도에서 헬리콥터는 로키 정상 쪽으로 비행하고 있다. 처음 마주친 로키의 빙하호수, 산 능선이 호수에 비쳐 신비롭기 그지없다.

능선과 능선 사이 둥근 형태의 계곡이 이어진다. 능선을 넘으니 숨어있는 작은 호수가 보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웅장한 로키산, 웅대한 로키산이 제모습을 드러낸다. 

빗살무늬의 웅장한 바위 시루떡처럼 겹겹이 줄이 그어진 암벽, 평행선으로 달리는 두 개의 산맥과 계곡, 그리고 정상에 다가갈수록 웅장한 로키의 모습과 숨어있는 2개의 에머랄드 빙하호수가 있다. 

로키 정상에 다가서니 빙하가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씩 수줍은 듯 보이는 빙하와 빙하수 흐름은 마치 ‘내가 여기 있노라’며 자태를 뽐낸다.


# 하늘에서 본 로키…갈라진 빙하 발톱 사이로 빙하피가 흐른다


로키산 빙하는 정상부에 남아있다. 지금은 8월, 로키 헬기장은 상온 15℃ 정도이다. 로키산 정상도 영상의 온도로 이미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열대화(Gloval Boiling)로 다가서는 것 같다. 

고지대 높은 산의 빙점(0℃ 이하) 고도가 이젠 5000여m가 넘었으니 3000~4000m의 로키산 빙하가 영영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는듯하다. 로키산의 빙하도 마지막 몸부림을 치며 그렇게 탐방자의 시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빙하가 하얀 구름 속에서 하얀 무명실처럼 흘러 내려오고 있다. 빙하는 계속 녹아 빙하호수를 만들고, 그 빙하호수는 넘쳐 계곡으로 흘러내려 허드슨강으로 향한다. 

산 정상부 옆에는 기다랗게 펼쳐진 빙하가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쏟아져 내려오고 있다. 갈라진 빙하 발톱 사이로 빙하피가 흐르고 있다.

빙하 끝부분은 검게 물들었다. 주변의 검은 흙먼지가 날아왔을까, 아니면 지구온난화로 화가 나 속이 숯덩이처럼 타서일까? 녹아서 계속 흐르고 있는 빙하수, 그 빙하수를 포근하게 감싸주고 있는 또 다른 색깔의 빙하호수, 2개의 빙하는 자기 몸을 불태우며 그 흔적인 빙하수를 계곡 속으로 보내고 있다.

구름 속에 숨어있는 컬럼비아의 하얀 빙원(Icefield) 그 구름 속에서 흘러 내려오는 로키산 정상의 빙하. 흘러내리며 계곡에 부딪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제 몸을 불살라 녹여 빙하호수를 만들고 있다. 


# 빙하 폭포수에서 ‘빙하는 살려 달라’는 외침을 들었다


로키산 수많은 빙하 중에 눈에 확 들어오는 빙하가 있다. 구름 속 컬럼비아 대빙원에서 내려오는 빙하가 가운데 큰 암벽을 만나 피해서 양쪽으로 흘러 내려오는 기묘한 빙하. 그 양쪽으로 흐르는 빙하가 하부에서 다시 상봉한다. 

이산가족 상봉하듯 2개의 빙하가 합쳐진 커다란 빙하는 금방이라도 미끄러져 내려오듯이 쓰나미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 빙하는 갑자기 멈춰선 듯 허덕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을 뿜어내고 있다. 빙하 폭포수가 흐르는 것이다. 

떨어지는 빙하 폭포수에서 ‘빙하를 살려 달라’는 외침을 들었다. 그 밑에 2개의 빙하호수는 넘치고 넘쳐 계곡으로 다시 향하며 빙하를 대표하여 포효한다. 로키산 빙하의 마지막 몸부림을 그렇게 바라만 본다.


# 빙하계곡으로 헬리콥터 돌진, 아찔한 순간! 전율이 오싹!


로키산 주변을 선회하던 헬리콥터는 갑자기 푹 파여진 빙하계곡을 돌진한다. 정상으로 비행하는 것이 아니라 빙하계곡 중턱으로 전진하는 것이다. 그 순간, 빙하 촬영을 위해 조종사와 함께 앞 좌석에 탑승한 필자는 소리를 지를 뻔했다. 전혀 예상 못한 비행 항로였기에 빙하에 부딪히는 것 같음을 느꼈다. 

10여 년… 헬리콥터로 스위스 알프스의 심볼 마테호른 정상(4478M)에 오를 때 바위 능선을 따라 정상에 접근한 때가 있다. 그때 능선과 헬리콥터가 충돌하는 느낌을 받아 나도 모르게 운전석의 어느 부분을 잡자 조종사가 손을 뿌리친 적이 있다. 이번에도 그때 트라우마가 남아있었는데 그 순간처럼 빙하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다. 

조종사는 기수를 둥글게 꺾어 빙하 벽 가까이서 한 바퀴 급선회 한다. 탑승자에게 스릴을 느끼게 하려는지, 아니면 가깝게 보이기 위함인지는 모르겠다. 카메라 셔터는 바쁘게 움직이고 헬리콥터는 빙하 계곡을 한 바퀴 돌고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그렇게 빙하 계곡을 따라 내려간다. 


# 정상은 ‘빙하 전시장’ 방불… 지구온난화와 힘겨운 싸움

로키산 빙하는 넓디넓은 컬럼비아 대빙원(IceField) 계곡을 따라 가지치듯 흘러, 그 광경은 마치 ‘빙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빙하 구름 속에서 악어가 나오듯 흘러나온 빙하, 하늘 구름과 땅을 이어주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빙하, 로키산 정상의 넓은 빙원에서 물이 넘치듯이 흘러내리는 빙하, 지도를 그리듯 여러 갈래의 줄기가 있는 찢어진 나뭇잎 빙하, 계곡을 타고 내려오다 끊어진 미완성 빙하와 녹아 없어진 로키산의 암벽 계곡, 로키산 정상부에 있는 계곡빙하 위의 작은 빙원(Icefield), 정상 계곡 사이로 뚝이 터져 쏟아져 나오는듯한 빙하, 정상에서 가느다랗게 흘러내리고 있는 빙하,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산 정상의 빙하, 웅장한 바위산과 어울려 흘러내리는 여러 개의 빙하, 거대한 암벽이 엎고 있는듯한 어부바빙하,

로키산 정상에는 수많은 빙하가 생존을 위해서 마지막 몸부림을 치며 지구 온난화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 로키산의 또 다른 빙원, 윌슨 아이스필스


돌아오는 길에 만난 컬럼비아 대 빙원보다 작은 Wilson Icefield를 헬리콥터 조종사가 친절하게 가리킨다. 윌슨산(3260M)을 중심으로 형성된 로키산 빙원으로 웅장한 산과 능선에 매달린 빙하가 이채롭다. 

두 갈래로 갈라져 나오는 빙하와 빙원에서 흘러나와 능선을 뒤덮은 넓은 면적의 빙원의 모습이 이채롭다. 헬리콥터는 윌슨빙원을 옆에서 바라보면서 로키산 계곡으로 내려간다.


# 내려가는 길… 에머랄드 빙하호수 탐방길


로키산의 정상 부근 빙하 탐방을 끝내고 빙하가 녹아 없어진 계곡으로 내려온다. 계곡에 꽁꽁 숨은 에머랄드 빛의 호수가 보인다. 

2개의 예쁜 호수인데 주변의 황량한 로키산의 모습과 대조된다. 옛날 옛적 빙하가 녹아 빙하수가 모인 호수이리라. 길쭉하게 생긴 에머랄드 빙하호수, 높디높은 산 정상에 있는 산정호수로 보인다.

조금 더 계곡을 내려가면 물이 고여 있는 둥그스레한 호수가 보인다. 마치 우리 한라산 정상에 있는 백록담 같다. 깊은 계곡 여기저기 이렇게 예쁜 호수가 숨어있는 것이 신비롭기만 하다. 

로키산 고봉의 암벽 계곡의 빙하호수를 떠나 밑으로 내려오면 흙탕물 호수가 보인다. 같은 로키산 호수인데 어떤 것은 에머랄드 호수이고 어떤 것은 흙탕물 호수이다. 주변에는 흙이 많아 보인다. 그렇게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빙하하천이 흐르고 지도 모양의 넓은 계곡이 나타난다. 마치 로키 산속의 평안한 안식처 파라다이스처럼. 


글쓴이 김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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