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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청 육상팀] 잘 키운 이미나, 열 선수 안 부럽다
  • 김달
  • 등록 2014-02-19 14: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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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각종 대회 1위 석권, 투포환 강자 자리매김

 

 ▲    ⓒ익산투데이
▲이미나 선수    ⓒ익산투데이

 


국내는 물론 세계가 주목하는 투포환 절대강자 이미나 선수. 올해로 스무살이 된 그녀지만 기록만큼은 어느 대스타 못지않다. 출전하는 대회 마다 메달 획득, 초중고등부 부별 기록 갱신, 2011 프랑스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4위, 2012 스리랑카 아시아육상주니어선수권대회 2등, 한·중·일 대회 1등, 2013년 제94회 전국체육대회 대회신기록 및 1위 달성 등. 최근에는 대한체육회에서 수여하는 대한체육인상을 받게 되는 영광까지 거머쥐었다. 왜 자신에게 그런 큰 상을 주는지 부끄럽고, 얼떨떨하다는 이미나 선수의 얼굴에는 순수함과 겸손함이 함께 묻어나왔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가는 대회 족족 자신의 이름을 가장 높은 곳에 올리는 이미나 선수의 꿈은 올림픽 무대에 나가 금메달을 따고 투포환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해보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스무살이지만 이 선수는 꿈을 위해 오로지 투포환에 자신의 모든 열정을 내걸었다.

 

◈투포환, 너는 내 운명
빨갛게 물든 머리, 빛나는 피어싱, 예쁘게 바른 매니큐어. 경기장에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없이 누가 봐도 앳된 이 선수는 부끄러움 많은 스무살 소녀였다.


“제가 정말 스무살이 된건지 모르겠어요. 모든 게 낯설고 부담스러워요. 학교 다닐 때는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응원을 해주는 가운데서 훈련을 했는데 성인이 되고 실업팀에 입단하고 나니 이제 정말 제가 혼자 이겨야 할 것 같아요. 다행히 감독님과 선배들이 좋아서 편하게 생활은 하고 있지만 선수로서 더 성장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연신 미소를 띈 얼굴이었지만 투포환 이야기만 나오면 이 선수의 표정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다부졌다. 함열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당시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하게 된 투포환은 이 선수의 인생을 바꿔놨다.


“엄마도 반대했어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닮아 체격이 좋았거든요. 그런데 운동을 하면 더 커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 전부터 태권도를 해온 터라 부담 없이 테스트만 받았는데 덜컥 하게 되버렸어요. 그만 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버렸거든요. 엄마도 메달을 보더니 그제야 찬성을 하시던데요(웃음)”


활달하고 발랄한 성격 탓에 친구도 많은 이 선수가 노는 것도 포기하고 운동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투포환의 재능을 스스로 깨닫게 된 탓이었다. 기록을 갱신하는 기쁨, 손에 착 감기는 투포환은 이 선수와 그녀의 가족들의 기쁨이 되었다. 차곡차곡 쌓인 메달은 거실 한 쪽 벽을 차지할 정도였고, 투포환은 이 선수에게 뗄레야 뗄 수 없는 분신이 되어버렸다.


“왜 좋은지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저처럼 끈기 부족한 선수도 없을거에요. 체력도 약하고. 저보다 열심히 하는 선배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연습하고 있으면 내가 이걸 왜하고 있지 싶으면서도 친구들을 만나거나 혼자 휴식할 때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요. 그냥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이유는 없어요.”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이 선수의 메달 행진 기록의 비결은 아마도 ‘즐기는 운동’ 이 아닐까 싶었다. 

 

◈아버지를 향해 던진 ‘금빛 포환’
이 선수의 재능은 부모님에게서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유도와 복싱 선수로 활동하셨던 아버지 故이영훈씨와 핸드볼 하신 어머니 강예순씨 덕분에 이 선수는 물론 오빠인 이민규 (24, 경희대)씨도 태권도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막내딸을 유독 예뻐했던 아버지 이영훈 씨는 이 선수를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여겼다. 지난 해 8월 식도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이 선수의 전국체전을 걱정했다고 한다.

“전국체전을 앞두고 아무리 연습해도 15.20m를 못 넘기는거에요. 병원에 누워서도 아빠가 제 기록을 신경 썼어요. 그런데 대회 열리는 것도 못 보시고 돌아가셨어요. 그게 가장 마음이 아파요. 정말로 좋아하셨을텐데.”


아버지의 사랑 때문이었을까. 다리 부상도 회복되지 않은 악조건 속에서 이 선수는 그토록 바라던 기록 갱신을 대회 당일 날 해냈고, 역시나 국내 대회 1위 자리도 놓지 않았다. 누구보다 놀란 사람은 이 선수 본인이었다.


“15.21m, 기록을 보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어요. 엄마랑 부둥켜안고 울었죠 뭐. 아빠가 지켜보고 있고, 엄마도 곁에 있고. 더 잘하고 싶어요.”


이 선수는 함열에서 혼자 지내는 엄마가 걱정 돼 매일 통화를 한다. 숙소 생활을 망설였던 이유다. 아버지도 안 계시시니 외로울까 싶어 집에서 다닐까 했는데 이 선수는 생각을 바꿨다.


“이제 학생이 아니잖아요. 프로답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선배들 모두 공동생활을 하는데 제 마음 편하자고 혼자 빠지는 건 아닌 것 같았고, 어릴 때부터 독립적으로 자랐어요. 부모님 두 분 다 무심하다 싶을 정도로 제가 과도한 관심을 표현하지 않으셨어요. 저 혼자 스스로 하도록 맡겨주셨어요. 엄마가 저를 믿는 만큼 혼자서 해나가야죠. 엄마도 이제 장사를 시작하셨으니 안심도 되고.”


다소 체격은 클지 몰라도 투포환 선수로서, 가족을 걱정하고 어린 나이에도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는 이 선수의 모습은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스무살 소녀가 부르는 ‘거위의 꿈’
투포환을 안했어도 어떤 운동이라도 했을거라는 천상 체육인. 하지만 운동 이외에도 이 선수가 좋아하는 것들은 손이 모자랄 정도로 넘친다. LOL(게임), 매니큐어, 타투, 다여트, 배낭여행, 수다 등등. 꾸미는 것도 꾸며주는 것도 좋아하는 스무살 아가씨.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는 부끄러워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했다. 타고난 승부사도 사랑 이야기 앞에서는 고개를 떨구었다.

“아이돌이나 남자친구는 관심 없어요.(웃음) 친구들 머리해주고, 네일아트 받고, 게임하고 이런 게 더 좋아요. 외국을 나간 적은 있지만 시합 때문에 나간거라 제대로 관광을 못해봤어요. 기회가 되면 다여트해서 예쁜 모습으로 여행가고 싶어요.”


소박하다 못해 귀엽기까지 한 이 선수의 희망사항. 지금 당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선수는 모든 것을 ‘올림픽’ 이후로 유보했다. 종목 불문,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올림픽 무대는 이 선수에게도 오래된 꿈이다.


“세계청소년육상선수권대회 나갔을 때 충격 받았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육상 자체가 그리 대중적이지 못한데 거기선 관중석이 꽉 찬거에요. 희열이라고 할까.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제 이름이 불리고, 경쟁을 하는데 믿을 수 없었어요. 사실 지금 투포환 선수들이 많이 없어요. 기존에 있던 선수들도 빠졌구요. 운동 환경이 열악하기도 하지만 인기가 없으니까요.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에 나가 제 이름을 알리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주면 투포환의 매력도 알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꼭 나가서 세계무대에 제 이름을 알리고 싶어요.”


메달 사냥꾼 이 선수의 세계무대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실력을 믿는 것도 있지만 그녀의 곁에는 어릴 때부터 지켜봐온 최진엽 코치와 이주형 감독이라는 든든한 구원군이 자리 잡은데다가 익산시와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응원이 있기 때문이다.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는 코치님과 감독님의 힘이 커요. 두 분이 정말 친딸처럼 아껴주세요. 제2의 아빠 같기도 여겨지고. 그리고 이리공고 선배님들도 그렇고 익산시에서도 지원을 많이 해주세요. 제가 운이 좋은 게 다른 게 아니라 이런 좋은 분들을 만난 게 아닐까 싶어요.”


열심히 하는데 실력까지 좋아 거기다 예쁜 마음까지. 이 선수를 어떻게 응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익산의 자랑스러운 보물 이미나 선수의 이름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에 울려 퍼질 때까지 익산시는 뒤에서 응원의 박수를 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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