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풍요롭고 인심 넉넉한 황후의 고향 ‘함라면’
  • 익산투데이
  • 등록 2015-08-26 10:09:00

기사수정

 

함라산과 그 옆으로 부(富)를 불러온다는 와우산이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다. 앞쪽으로는 넓은 들판이 펼쳐졌다. 예로부터 함라면은 부촌이었다고 한다. ‘인심하면 함라’라는 말이 있듯이 부촌이었던 만큼 인심도 넉넉하였던 모양이다. 주변사람과 나눌 줄 아는 넉넉한 정이 있었던 마을의 모습은 흉년이 닥치면 마을 사람들에게 곡식을 내어주었던 3부잣집의 훈훈한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다.
 

 

 ▲ 돌담길   ⓒ익산투데이
▲ 돌담길   ⓒ익산투데이

 

# 돌담길이 아름다운 만석꾼의 마을
조선 후기 전국적으로 만석꾼은 단 90여명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 3명이 살았던 부촌 함라면, 과거 농사철마다 분주했을 이곳에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돌담길이 있다. 김안균, 조해영, 이배원, 담장을 사이에 두고 살았던 함라 3부잣집의 돌담을 따라 만들어진 길이다. 이 돌담길은 매우 투박하다. 하지만 그 투박함 속에서 한국적인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이 깃든 토속적 정취를 엿볼 수 있다. 전문장인이 아닌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1.5km에 달하는 돌담길은 흙과 돌을 적절히 섞어 만든 토석담이 주류를 이루지만 돌담, 전돌을 사용한 담도 혼재해 있고, 평 쌓기 방식으로 축조된 이들 담은 높이가 2m가량이나 된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아름다운 화창할 날, 천천히 돌담길을 거닐면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농촌마을을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 숭림사   ⓒ익산투데이
▲ 숭림사   ⓒ익산투데이

 

 

# 고려 충목왕 왕비의 병을 고친 사찰 숭림사
함라산 북쪽 기슭에 금산사의 말사인 숭림사(보물 제825호)가 있다. 1345년 고려 충목왕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며, 중국의 달마대사가 숭산(崇山) 소림사(小林寺)에서 9년간 벽을 바라보며 좌선한 고사(故事)를 기리기 위해 절 이름을 숭림사(崇林寺)지었다고 한다.

 

이곳 숭림사에는 흥미로운 일화가 하나 전해 내려온다. 1345년 충목왕의 왕비는 몸에 난 등창으로 고생이 심해 고칠 수 없었다. 어느 날 왕비는 관세음보살을 부르다가 잠이 들어 어느 사찰에 자신이 머무는 동안 병이 씻은 듯이 낫는 꿈을 꾸었다. 왕비는 꿈 속의 그 사찰의 찾아냈는데, 그 절이 바로 지금의 숭림사고, 이곳에서 기도를 드려 등창을 고쳤다고 한다.

 

현재 숭림사는 법당인 보광전을 비롯하여 우화루·정혜원·영원전·나한전·요사채 등이 남아 있고, 내부에는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188호인 목조석가여래좌상을 모시고 있다. 불상 뒤로는 후불탱화가 걸려 있다. 2개의 사자머리 모양 손잡이와 3개의 다리가 달려 있고 은으로 인동무늬와 모란무늬를 새긴 청동은입인동문향로(靑銅銀入忍冬紋香爐)는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67호로 지정 되어 있다.

 

 

 

 ▲ 도문대작   ⓒ익산투데이
▲ 도문대작   ⓒ익산투데이

 

 

# 허균이 선택한 유배지 함라와 도문대작(屠門大嚼)
함라면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인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이 유배를 온 곳 이기도하다. 이곳에서 허균은 여러 작품을 집필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도문대작(屠門大嚼)이다.

 

허균은 함라면을 유배지로 자진하여 택했다고 한다. 그 이유로는 너른 들과 인근 바다에서 나는 먹을거리가 풍성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배지에서 접한 음식이 어디 산해진미였겠는가? 음식이 거칠었다. 예전에 먹던 온갖 진미들이 그리워졌던 허균은 자신이 직접 다니며 맛 본 전국의 진미를 지역별로 기록한 도문대작(屠門大嚼)을 집필하기에 이른다. 이 도문대작에는 당시 상류계층의 식생활과 향토의 명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인데, 음식의 명소를 소개뿐만 아니라 여러 품목에 관한 식품의 소재와 그 식품에 관한 음식관습까지 언급하고 있고, 더욱이 전국적으로 별미음식을 선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허균은 먼 훗날 익산이 세계 식품산업의 중심지가 될 것을 예견하고 있었던 듯 하다.

 

풍요로움에 인심까지 좋았던 이유 때문이었을까? 조선 24대 왕인 헌종의 계비 효정왕후가 태어난 고장 함라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단풍의 빛깔을 더한 숭림사와 돌담길에 한 번 들러 가을의 아름다움과 정취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